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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영성의 시작」…은총 속 하느님과 나의 일치를 사는 방법 2024-09-03

인류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물질문명의 발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우리 삶도 더 나아졌을까. 문명의 핵심은 인간임에도 우리는 인간이 점점 더 소외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소외되지 않기 위해 현대인은 ‘스스로 나 자신 되기’에 집중한다. 


그러나 인간 존재의 유한함으로 인해 스스로 나 자신 되기는 결국 자기소외로 마무리된다. 자칫 이기심에 빠져,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물질로 공허함을 채우려는 끝 없는 탐욕의 악순환에 갇혀버릴 수도 있다.


「존재 영성의 시작」에서 저자 양정식 신부(마르코·살레시오회)는 이러한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은총 안에 하느님과 나의 일치를 사는 ‘존재 영성’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존재 영성이란 무엇일까? 은총으로 주어지는 신적 본성에 내 존재의 본성을 파악하고, 그 본성대로 사는 것을 말한다고 저자는 밝힌다. “존재 영성은 하느님 안에 있는 자기 존재를 깨닫게 함으로써 절망에 이르게 하는 자기부정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존재 영성은 하느님 안에서 ‘나’라는 존재 자체로 살아가기다.


“존재 영성은 나만의 영성, 혹은 너만의 영성이 아닙니다. 존재 영성은 나와 너, 즉 우리의 영성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이 하느님 사랑과 은총에 영원히 감사와 찬미를 드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나가는 말’ 중에서)


저자는 캄보디아 포이펫에서 돈보스코학교 총책임자(Director)를 맡고 있다. 돈보스코학교는 캄보디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지적 가르침뿐 아니라 희망을 선물하는 선교사다. 캄보디아라는 영적 사막에서 선교사로서 살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을 깨달은 저자는 그 원천으로 독자를 초대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존재라는 어렵고 지루한 주제를 저자는 철학과 신학 용어로 알기 쉽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주제가 주제인 만큼 숙독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영성서적을 읽을 때 자주 접하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 영성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준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9-03 오후 5:32:09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