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 우울감은 마치 끈덕지게 달라붙는 유기체와 비슷합니다. 그것도 가만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힘을 빨아먹어서 피폐하게 만드는 존재. 이런 우울감, 불안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첫째, 잊고 살아야 합니다. 우울감, 불안감은 그것을 바라보면 덩치가 더 커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쳐다보지 않으면 제풀에 사그라듭니다. 우울하고 불안할 때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를 떨고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은, 잊는 방법 중 좋은 것들입니다. 제일 좋지 않은 것은 방에 처박혀서 우울감, 불안감을 키우는 놀이를 하는 것이겠지요.
둘째, 일상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이란 말은 식상할지도 모르는 말인데, 치료 현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말입니다. 병에 걸린 사람들이 가장 하고픈 일은 일상생활입니다. 역으로 일상생활은 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서 우울감, 불안감에 시달릴수록 일상적인 생활을 계속해야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셋째,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아무리 잊고 살려 해도 잊혀지지 않고, 일상에 들어가려고 해도 안 될 때는, 십자가 앞에서 성모님 앞에서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를 하면서 갖는 믿음은 풍랑 속에서도 배가 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약합니다. 사람은 늘 흔들립니다. 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미성숙하고 유치합니다. 그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기도하게 됩니다. 어린아이처럼. 이렇게 조언해도 우울, 불안을 처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신경증 불안에 시달리는 내담자들이 갖는 공통적 문제가 있습니다.
• 자신을 괴롭히는 방식이 비슷하다.
• 강렬한 욕구의 기호 성향을 갖는다.
• 비현실적, 비논리적, 절대적. 극단적 요구를 많이 한다.
•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때 자기 자신이 상처를 입고 만다.
• 스스로 독선적, 절대적 명령을 내린다.
(예 : 나는 뛰어나게 잘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 칭찬받아야 한다. 내 주위 사람들은 나에게 늘 친절하고 관대해야 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어려움이나 고통이 있어서는 안 된다 등등)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은 병적인 초자아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울, 불안이 올라올 때는 그것만을 볼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나를 괴롭히는 괴물-병적인 초자아를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15년 반 동안 우울, 불안에 시달렸던 제가 드리는 처방입니다.
글 _ 홍성남 신부 (마태오, 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1987년 사제 수품. KBS 아침마당 특강 ‘화날 땐 화내고, 슬플 땐 울어야 한다’로 전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저서로 「챙기고 사세요」 「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 「새장 밖으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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