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남성이 있습니다. 그 남성은 자신과 가까운 여성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다른 남성에게 제공합니다. 사진과 신상정보를 받은 남성은 인공지능으로 받은 사진에 음란물을 합성해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만듭니다. 그렇게 만든 사진합성 성 착취물은 주로 텔레그램과 같은 SNS·공간에 공유합니다.
그럼 많게는 수십만 명의 남성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집단으로 여성에 대해 성적인 조롱과 비난을 합니다. 어떤 남성은 익명으로 여성에게 성 착취물을 보내 여성의 반응을 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주변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해 성 착취물을 만들고 텔레그램에서 집단으로 공유하는 일을 10대들은 ‘지인 능욕’이라고 부릅니다.
지금 그 성 착취물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무차별 퍼지고 있습니다. 교육 당국에 따르면 초등학교를 비롯하여 200개 가까운 학교가 피해 학교로 파악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성 착취물을 만든 이들 대부분은 10대 남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성 착취물 피해자의 99%가 여성입니다. 그런데 전 세계 성 착취물의 53%가 한국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니, 지금 대한민국에는 여성을 향한 디지털 성범죄 참사가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욱이 디지털 성범죄는 학교를 넘어 직장과 가정까지 파고들었습니다. 최근에는 국가 서버에 접속해야 볼 수 있는 공무원증 사진을 이용한 여군 성 착취물도 발견됐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자와 여성이 한 직장에 있다는 겁니다.
학교 여성 선생님의 성 착취물도 발견됐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건 누나나 여동생, 엄마 사진으로 만든 가족 성 착취물도 있다니 우리의 윤리의식이 어디까지 무너져 있는지 참담할 뿐입니다. 여성은 어디에 있든 성범죄 공포 속에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성 착취물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관계 기관에 주문한 일은 당연해 보입니다. 지난 N번방 사건처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무감각하다가 피해자가 쏟아지면 허겁지겁 사법당국이 나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최근 사법부도 서울대 딥페이크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하며 디지털 성범죄에 단호한 모습을 보입니다. 정치권도 법과 제도를 정비한다니, 이번에 디지털 성범죄를 반드시 차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디지털 성범죄가 널리 퍼지게 된 이유에는 우리 사회의 무너진 윤리가 있습니다. 일본의 음란물 배우가 유튜브에 당당하게 출연해 여성을 파괴하는 음란물이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이야기합니다. OTT에선 유명 연예인이 외국의 성매매 집창촌을 보여주며 ‘문화’라고 말합니다. 생명과 책임을 말하는 성교육이 아닌 의학 정보 제공 수준에 머물러 있는 우리 학교의 성교육입니다. 죄의식 없이 성범죄가 아이들 장난 같은 놀이 수준이 되었습니다.
반 생명의 문화도 퍼지고 있습니다. 임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낙태할 수 있다는데 누가 생명을 아름답고 책임감 있게 다룰까요? 병으로 살아날 가망이 없으면 존엄사를 할 수 있다는 데 누가 사람을 귀하게 여기겠습니까? 우리 사회의 무너진 윤리와 도덕성이 지금의 이 참사를 만들었습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딥페이크 성범죄, 무너진 윤리>입니다. 우리의 윤리와 도덕성을 바로 세워 영혼을 파괴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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