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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이 스러져간 이 땅의 순교자를 기리며 | 2024-0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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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위로 주제…100여 점 선봬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서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정미연(아기 예수의 데레사) 작가 초대전 ‘무명순교자를 위한 진혼곡’이 개막했다. 조선 왕조 500년에서 천주교 박해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전국에서 3만 명의 신앙 선조가 목숨을 잃었고, 한강 변에 자리한 절두산에서만 8000명이 목이 잘려 강물에 던져졌다. 대부분 누구인지도 모르는 무명의 순교자다. 이번 전시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절두산순교성지 내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 연 이유이기도 하다. 정 작가는 “절두산성지에 대해 듣는 순간 전율이 일었다”며 “그 처참한 모습을 떠올리며 미사를 봉헌하는데, 천사가 순교자들의 잘린 목과 몸을 다시 붙여서 하늘로 올라가는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전했다. 그 이미지를 담은 작품이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위로의 천사’ 시리즈다. 당시 순교자들을 대표하는 청년·처녀·노인·아기들의 모습을 7점에 담았고, 이 그림을 단초로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1년간 50여 점을 쏟아냈다. ‘무명순교자를 위한 진혼곡’이라는 제목도 정 작가가 제안했다. ‘진혼곡(레퀴엠, Requiem)’은 가톨릭교회에서 죽은 이를 위한 미사를 시작하는 전례음악으로, 세상을 떠난 이의 영혼에 영원한 안식을 청하는 곡. 정 작가는 그림과 조각으로 지상에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였지만 천상의 영원에 닿은 무명순교자들을 위로한다. 작가는 “췌장암으로 아프고 난 뒤 전주교구 권상연성당 등 순교자에 대한 작품을 줄곧 맡게 됐는데, 그래서인지 고통과 치유의 과정에 더 몰입하게 된다”며 “완치된 뒤에도 항암 후유증으로 불편한 부분이 많지만, 작업하는 동안에는 오히려 아프지 않고 내가 위로받았다”고 말했다. 순교와 위로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총 100여 점의 작품을 공개했다. ‘그림으로 읽는 복음’·‘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복자상’ 등 주보 표지를 통해 만났던 친숙한 작품도 전시됐다.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관장 원종현 신부는 “무명의 순교자들은 현세에서 가장 비참하고 처절하게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들이 가졌던 영원한 생명에 대한 찬란한 희망은 지금을 사는 우리를 오히려 위로하며 따뜻한 손길로 보듬어 준다”며 “전시를 통해 순교로 믿음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이 시대 우리네 삶을 돌아보고, 고통 너머의 영원을 희망하며, 영혼이 위로받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10월 27일까지 박물관 휴관일인 월요일과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 30분에서 오후 5시 사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2-3147-4504,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1977년 대구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회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전례력 가·나·다해 3년간 주일 복음 말씀을 성화로 그려 서울대교구 등의 주보에 연재했고, 첫 순교자 기념성당인 전주 권상연성당의 성미술 작업을 담당하는 등 오랜 시간 신자들과 소통하며 대표적 성화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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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8-28 오후 2:12:10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