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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쇄신에 대하여(2) 2024-08-28

지금 나는 성장하고 있는지, 성령께서 맺어주시는 열매가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사랑과 기쁨, 평화, 온유, 인내, 친절, 선함, 절제가 우리 각자 안에 맺어져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영적 쇄신을 통해 성령의 열매를 맺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다”고 고백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영적으로 계속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첫째,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무슨 용기? 자기를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없는 것입니다.

둘째, 무지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가진 문제점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본인이 깨우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깨우쳐야 한다는 것 자체를 모르기에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무능한 분이 아닙니다. 믿고 따라가면 이끌어 주시는 분입니다.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하느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에 여러 가지 힘들고 어려운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 확신이 없는 것, 믿음이 없고 신뢰가 없고 사랑이 없는 것, 봉사와 희생의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마음은 결국 누구의 것일까요? 그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다른 어떤 사람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사랑하지 마!”라고 이야기하면 사랑을 하지 않을 것입니까? 내가 사랑하고 싶으면 누가 뭐라고 해도 사랑을 하는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마음이 없고, 기쁨, 평화, 열정, 믿음, 신앙이 없기 때문에 교만과 욕심이 비집고 나오는 것입니다.

내가 사랑받고 싶은데, 내가 인정받고 싶은데, 내가 관심받고 싶은데, 남이 더 나를 인정해주면 좋겠는데 내 생각대로 안 됩니다. 그래서 억지로 인정받고 관심받으려 합니다. 이때 “나는 인정받을만한 사람이야! 나는 너희보다 나은 사람이야! 나는 누구보다도 사랑받아야할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교만입니다. 이 교만은 열등감에서 옵니다. 형제님들 중에는 집에서 권위를 앞세우고 큰소리를 내는 분들이 가끔 계시는데, 그런 분들일수록 열등감이 강한 것을 봅니다.

정말 잘난 사람 같으면 가만히 있어도 남이 잘났다고 해줍니다. 내가 인정받을 만한 사람이면 가만히 있어도 남들이 인정해 줍니다. 사랑받을 사람이면 남들이 사랑해 줍니다. 그런데 이것이 안 되다 보니 억지로 인정받고, 잘난 사람으로 보이려 하는 것입니다.

열등감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 버려야 합니다. 인간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고, 못났으면 얼마나 못났겠습니까? 하느님 보시기에는 도토리 키 재기입니다. 특별히 못난 사람도 없고 잘난 사람도 없습니다. 그 자잘한 문제로 시기하고 질투해서야 되겠습니까? 누구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 또한 열등감에서 오는 겁니다.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기 위해선 정도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여기 기웃거리고 저기 기웃거리면 안 됩니다. 한길을 걸어야 합니다. 누구를 바라보고? 그리스도를 보고 가야 합니다. 성령의 이끄심대로 가지 않고 인간적 상황에 자꾸 눈을 돌린다면 하느님이 어떻게 우리 안에서 역사하시겠습니까? 성령의 이끄심에 충실하게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다른 곳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하느님의 길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세상에 보내실 때 “자손 대대로 잘살게 만들어 놓고 다시 와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재산 많이 모을 필요 없습니다. 자손들은 하느님이 따로 축복해 주십니다. 후손은 후손대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이 무엇인지, 왜 이 땅에 태어났는지, 하느님이 무엇을 요구하시는지 살피며 살면 되는 것입니다. 심판받을 때 “네 자식은? 네 손자는?”이라고 묻지 않으십니다. “네가 어떻게 살다가 왔느냐?”고 물으십니다.

오늘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지금 있는 이 자리가 가장 소중한 자리입니다. 지금 보내는 이 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입니다. 어제는 어제이고, 내일은 내일입니다. 매일 전전긍긍하고 사는 사람, 마음에 평화가 없는 사람, 걱정만 하고 사는 사람, 지나간 일들에 집착하고 사는 사람, 내일 일을 걱정하는 사람은 매일 그렇게 걱정만 하고 삽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 맡기면 되는데 맡기지 못합니다.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홀가분하게 가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습니다. 맡기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영적으로 성장하지 못합니다.

스펀지가 어느 상태에 있을 때 물을 가장 많이 흡수합니까? 바짝 말랐을 때 물을 잘 빨아들일 수 있습니다. 스펀지가 가장 가벼운 순간, 바짝 말라있는 그 순간, 하느님은총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기도를 하며 하느님께 다가가야 합니다. “주님! 저는 정말 가진 것이 없고, 아는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식별력을 주시지 않으면, 당신이 용기를 주시지 않으면, 당신이 힘을 주시지 않으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똑똑한들 얼마나 똑똑하겠습니까? 능력과 재주가 하느님 앞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그분 앞에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것들은 모두 하느님이 주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늘 이 시간 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시간이 오기까지 저를 이끌어 주신 것을 감사합니다”라는 기도뿐입니다.

버리고 의탁하면 감사의 마음이 저절로 생겨납니다. 


글 _ 정치우 (안드레아, 복음화학교 설립자) 
정치우는 ‘복음화’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1990년대 초, ‘세계 복음화 2000년’이라는 화두를 한국 교회에 던졌다. 가톨릭 평화방송 TV에 출연, ‘정치우의 TV 복음화학교’라는 제목으로 48개의 강의를 진행했으며, 가톨릭신문과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를 하는 등, 저술 활동에도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길이 있어 걸어갑니다」, 「위대한 기적」, 「위기의 대안으로서의 평신도 영성」 등이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08-28 오전 8:32:08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