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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의 들보] 외국어 성지해설사를 기다리며 | 2024-0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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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순교자 성월이 가까워지면서 우리 교회의 역사를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 천주교회는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복음이 전해진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조선왕조 치하에서 평신도들이 진리의 말씀을 직접 받아들이고 믿음으로 지키다가 목숨까지 바친 큰 특징이 있다. 한국천주교회는 250년 가까운 역사 속에 수많은 역경이 있었음에도 꿋꿋이 신앙을 지키며 꾸준히 성장해 왔다. 그리하여 1984년에는 순교자 103위가 시성되고, 2014년에는 순교자 124위가 시복되는 영광의 시간을 맞이했다. 이렇듯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신앙선조들이 있다. 우리는 그분들의 신앙 여정을 살펴 찾아내고, 그분들과 연관된 장소를 찾아내어 성역화하고, 성지들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그 성지를 찾아가려는 열심한 신자들이 많아지면서, 순례에 신앙적 의미를 담은 신심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회 성지를 모은 책자가 나오고, 성지를 안내할 해설봉사자들이 양성되고, 전국을 쉬 다닐 수 있게 교통편이 발달하면서 순례행렬이 순조롭게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 순례에는 한국교회 신자들뿐만이 아니라 외국인들도 점점 많이 참여하고 있다. 2024년 봄, 방한한 여행입국자 수가 2020년 이후 최대치로 올라, 코로나19 이전 대비 90% 가까이 회복됐다고 한다. 월평균 100만 명의 외국인이 관광차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서울 명동을 예로 보면 각국에서 많은 외국인들이 명동대성당을 들러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서양인뿐 아니라 중국인, 동남아인 등 여러 나라, 여러 인종들이 다녀간다. 일부 외국인은 외국어 미사 시간에 맞춰 미사를 드리기도 하지만, 그외 대부분은 성당 입구에서 사진 찍고 잠깐 둘러보다가 되돌아 나간다. 그런데 이들을 위한 안내 수단은 안내판 이외에는 미미한 것 같다. ‘한국천주교 성지’에 대한 적극적인 해설의 필요성을 생각해 보아야겠다. 한국교회는 복음화의 일환으로 입교자를 증가시키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21세기에는 이에 그치지 않고, 사회와 문화를 복음적 가치와 합치시켜 보편적 인류 구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간단히 말해서 ‘문화선교의 장’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려면, 교회는 이러한 사명에 부응할 수 있는 유능한 봉사자를 양성해야 하겠다. 특히, 한류 등으로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 시대에 실용외국어 구사자, 특히 외국어 구사능력이 있고 신앙적으로도 성숙한 평신도들을 교회 내에서 찾아 모아야 하겠다. 찾아보면 얼마든지 많이 있다. 문화선교자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게 하려면, 그들이 쌓은 능력과 인격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의미 있는 공동체와 활동영역을 만들어 주고, 그들이 활동할 구체적인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 환경을 예측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고언을 하고 싶다. 신자들 사이에서 교회 조직의 책임 있고 높은 자리에 앉는 사람이란 높이 올라 멀리 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나이가 많다거나 경험이 좀 있다거나, 친목을 잘하는 것만으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 공동체 기존 구성원들과 새로 들어온 이들에게 훈화할 수 있고, 기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글 _ 김기혁 요한 레오나르도(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회 시복분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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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21 오전 9:52:11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