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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정폭력 피해 여성 쉼터 ‘등대의 집’ 돌보는 이준희 신부 2024-08-21

 

“‘등대의 집’은 언제나 열려 있답니다. 은퇴 사제로서 삶을 바쳐,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을 보살피고 성가정을 지켜주고자 늘 이곳을 지킬 거예요.”

 

 

강화도 어느 산자락, 아파 흘린 눈물만큼 짠 바닷바람이 나부끼는 이곳에 자리한 30여 평의 2층 주택은 여느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이준희 신부(마르코·인천교구 성사 전담)가 보살피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 쉼터 ‘등대의 집’이다. 이 신부는 쉼터가 2010년 개원한 이래 15년 세월을 한결같이 쉼터 담당 사제로서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 금경축을 맞은 이 신부는 2013년 사목 일선에서 은퇴했지만, “고립무원한 피해 여성들에게 몸 누일 곳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기에 은퇴 이후의 삶을 봉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신부는 1979년부터 ME 팀 사제로, 또 지금은 ‘르트루바이’(결혼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팀 사제로도 봉사하며 가정폭력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를 숱하게 만나 왔다.

 

 

이 신부는 “겉으로는 멀쩡해도 폭력으로 영육이 멍들 대로 멍든 여성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당장 피신해야 하는데 그들은 막상 집을 나오면 갈 데가 없다. 잠깐이라도 피신처를 마련해 주고 싶어도 신부 개인으로서는 뾰족한 사목적 대책이 없었다. 이 신부는 “성당에 머물게 할 수도 없으니 갑갑할 따름이었다”고 회상했다.

 

 

“기회가 되면 쉼터를 꼭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젊었을 때부터 했어요. 마침 부모님 덕에 집이 마련돼 하느님께 얼마나 감사를 드렸던지요.”

 

 

이 신부는 국적, 나이, 종교, 지역, 자녀 유무 등 어떤 제한도 없이 여성들을 쉼터로 받아들여 휴식 속 치유를 선사한다. 지금까지 40여 명 입소자가 쉼터를 거쳐 갔다.

 

 

부모에게 맞아 팔이 부러진 채 찾아온 아가씨, 한국인 신랑의 주먹을 피해 무작정 거리에 나온 외국인 색시, 자식에게 두들겨 맞고 쫓겨난 노인…. 언어, 심리, 육체를 가리지 않은 폭력에 다친 그들은 꽃과 채소가 심어진 텃밭을 가꾸고, 가을이면 산에서 밤을 따고, 매일 이 신부가 주례하는 새벽미사에 참례하며 ‘평범해서 오히려 절실했던’ 위로를 얻었다.

 

 

“고혈압, 심지어는 당뇨가 나았다며 좋아하는 입소자도 있었어요. 폭력 스트레스가 그렇게나 그들을 병들게 했던 거예요.”

 

 

이 신부는 입소자의 가족이 마침내 화해하고 스스로 폭력을 끊어낼 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느낀다. 진정 선사하려는 것은 ‘가정의 회복’이기 때문이다. “아주 드물지만, 퇴소 여성들이 남편과 함께 인사를 올 때 하느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이 신부는 미소 지었다.

 

 

쉼터는 폭력 가해자로부터 숨어야 해 공개적 홍보가 어렵다. 이 신부는 “코로나 이후 각 본당을 다니며 홍보하는 길도 끊어져 난처하다”고 호소했다. 그런 이 신부는 선종의 그날까지 쉼터를 지켜 가려고 한다. 쉼터는 그의 표현대로 “갈 길 잃은 쪽배 같은 피해 여성들이 홀로 표류하지 않도록, 언제든 정박할 수 있는 성가정 회복의 거처”기 때문이다.

 

 

“성가정이라는 소중한 보물을 모두가 간직하게 하려는 열망뿐입니다. 쉼터를 몰라서 못 오는 피해자가 없도록 많이들 알려주세요.”

 

 

※ 문의 032-937-7019 등대의 집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8-21 오전 9:12:0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