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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모든 국민’의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김인숙 모니카,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4-08-21



7월 18일 대법원은 동성 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이 판결은 비록 동성 부부가 민법상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은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를 좀 더 넓게 해석하면, 민법에서 인정하지 않는, 다양한 생활공동체의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물론 대법원은 가족법상 배우자의 범위를 해석, 확정하는 문제는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이 판결과 동성 부부를 민법상 가족으로 인정하는 문제는 별개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 판결은 우리에게 국민의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생각하게 한다. 사회보장이란 출산·양육·실업·노령·장애·질병·빈곤 및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소득·서비스를 말한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장 제9조는 “모든 국민은 사회보장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회보장급여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률의 ‘모든 국민’은 현실에서는 모든 국민이 아니다. 기준과 제한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해 권리를 판별하는 대표적 기준 중의 하나는 법적 가족에 속하느냐 여부다. 즉 법적 가족은 사회복지 서비스 및 사회보장 급여를 받을 권리의 기준이다. 법적으로 가족이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사회보장 서비스와 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다양한 난관에 봉착한다. 물론 최근에는 사회보장 및 사회서비스 관련법에서 사실혼 가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위해선 당사자의 입증이 전제돼야 한다.

의료법은 대리처방이나 수술, 장례 절차에 대한 권한을 법적 가족에만 부여한다. 이에 따라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수도회의 노(老) 수녀님이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할 때에도 법적 가족의 수술 동의서를 요구하므로 법적 가족을 찾아 나서야 한다. 또 법적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사는 지체장애인은 건강가정기본법상 가족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 없어 서비스받을 권리를 박탈당한다.

이와는 반대로, 법적 가족이어서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자’ 기준을 들 수 있다. 법적으로 가족(부양의무자)이지만 실제로는 연락이 끊겨 남남으로 살고 있는 경우에도 부양받을 가족이 있으니 그(들)에게 부양을 받으라고 함으로써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박탈한다.

이처럼 모든 국민의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는 현실에서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가 어떻게 방해받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법적 가족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고, 아울러 법적 가족에 너무 많은 의무를 지우지 않음으로써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다양한 영역에서 이들이 차별받거나 서비스 받을 권리를 제한받거나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획일화된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사안별로 현실에 맞도록 기준과 제한들이 개선되어야 한다. 어떤 사람들에게서 왜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가 제한되고 박탈되고 있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보아야 할 때다.



김인숙 교수
[가톨릭평화신문 2024-08-21 오전 7:32:09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