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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공멸에서 공생으로 2024-08-21


시골 본당에서는 전입자나 새 영세자 보기가 어렵다. 혼인성사나 유아세례를 집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면 병자성사와 장례 미사는 꾸준하게 이어진다. 작은 성당에 늘어나는 빈자리, 소멸로 가는 시골 본당 신부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본당을 떠나 농민사목을 전담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교육과 회의, 도농교류와 농촌체험, 학교급식과 로컬푸드 등 활동과 사업은 계속된다. 하지만 비슷한 불안감은 여기에도 존재한다. 지금 활동하는 70세 안팎의 농민회원들이 마지막 세대다. 젊은 회원도 있지만, 회원 수와 생산량은 감소하고 있고 농업생산이 없다면 농업과 농촌의 모든 것이 무너짐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농촌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방 도시가 인구감소와 고령화, 소멸 우려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수도권은 안정되어 있을까? 인구 집중으로 취업과 주거 부담감은 커지고 저출생 문제는 확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구 숫자가 많을 뿐, 수도권 대도시의 삶도 편안하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의 현재다. 농촌이 무너지고 지방으로 확산되어 수도권까지 진행 중이다.

소득과 성장이라는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익이 적다해도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 식량안보와 환경보전 등 공익적 기능을 지닌 농업은 경제적 가치로만 평가할 수 없다. 기후와 환경, 식량과 주거 등 사회의 공공재는 안정과 행복을 위한 필수재인 것이다. 쌀 생산가격 보장을 위한 정부의 개입은 나라 망할 듯 거부하면서 왜 미분양 아파트는 매입하려고 하는지? 이 시대 무한경쟁과 폭풍 성장은 공멸의 길이 될 수밖에 없다.

농촌에서 농민들과 함께 농업을 바라보는 마음은 늘 절박하다. 감염병 사태와 기후위기를 겪으면서도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세태가 안타깝다. 나 홀로 부유해지기 위한 기술보다 다 함께 살아가는 지혜와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공멸에서 공생으로! 농촌만이 아니라 이 시대 모든 이에게 주어진 과제다.



안영배 요한 신부 (안동교구 농민사목 전담)

 
[가톨릭평화신문 2024-08-21 오전 7:32:09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