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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음악은 내가 하느님을 만나게 된 계기 | 2024-0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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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일렉기타 소리와 우당탕거리는 드럼 소리를 따라 들어간 지하실 안.
덥고 습해서 퀴퀴한 냄새가 자욱한 그곳에서는 주말마다 인디밴드들의 공연이 열렸다. 그다지 유명하지도 않고 팀 이름도 제멋대로 지었지만 그들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과 목소리로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었다. 20살의 나는 그곳에 서 있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평생을 음악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었다. 대중음악 중에서도 마니아들만 좋아하는 인디 메탈 음악에 푹 빠졌었다. 밴드를 결성해서 내가 만든 곡을 부르고 함께 연주하며 바뀌지 않는 세상에 대한 비판과 불만을 가사에 담아 외쳐대고 우리들의 음악에 자아도취 돼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평생 이런 음악을 하고 살아가리라 생각했었다.
그렇게 밴드생활을 하면서 지내다가 군입대를 위해 한동안 고향집에 머무르고 있을 때였다. 성인이 되고 알게 된 친구가 기타 반주를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코드가 적힌 악보를 보고 기타를 치는 일은 수도 없이 했던 일이기에 흔쾌히 집을 나섰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이 성당이란 곳이었다.
우리 집안은 때마다 조상들의 제사와 차례를 지내는 대한민국의 아주 평범한 문화를 가진 집안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성인이 될 때까지 종교라는 단어가 생소했다. 어릴 때 친구와 한 번 가봤던 교회나 부모님을 따라 절에 갔을 때도 느꼈지만 종교인들의 그곳은 묵직한 긴장감 때문에 들어가기가 겁이 났던 기억이 있었다.
용기를 내서 성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창문을 통해 은은한 햇빛이 비치는 중앙의 긴 통로가 보였고 커다란 십자가에 누군가 매달려 있었다. 좌우로 놓여 있는 길쭉한 의자에 앉아 성가책을 펼치고 친구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기타를 튕겼다. 사실 내가 해왔던 음악보다 어렵지 않았고 멜로디와 코드가 쉬워 금방 익숙해졌다.
내 인생에 처음 성당에 갔던 그날, 나는 저녁미사에서 반주를 하게 됐다. 전례를 전혀 몰랐으니 친구가 옆에서 신호를 주면 연주를 시작했다가 멈추라고 하면 멈췄다. 그렇게 나는 매주 토요일 저녁미사 때 기타 반주를 하게 됐다.
미사가 끝나면 친구들과 교사분들과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나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그 사람들이 좋아지면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성당은 어떤 곳이며 하느님은 대체 어떤 분이실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예쁘게 봐주신 수녀님 덕분에 예비신자가 되어 교리를 받고 ‘암브로시오’라는 세례명을 가지게 됐다.
내가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하느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을까?
글 _ 제치원 암브로시오(찬양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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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20 오전 9:52:00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