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상트오틸리엔 수도원 공개 명동대성당 내부. 1915년 유리건판(음화)
[앵커]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소장고에는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 우리 고유의 문화와 풍습을 담은 선조들의 귀중한 사진이 상당히 많이 소장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1800여 점의 원판 사진이 12일 공개됐습니다.
이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15년 유리건판 음화로 촬영된 서울 명동대성당입니다.
오른쪽 상단 닫집 밑으로 강론대와 오름 계단이 보입니다.
강론대와 계단은 베네딕도회가 설립한 목공학교인 숭공학교 학생들이 뮈텔 주교 수품 25주년을 기념해 제작했습니다.
현재 오름계단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있습니다.
안중근 토마스 의사의 신앙터전인 북녘땅 청계동에서 열린 환등기 시사회의 모습입니다.
왼쪽 아래, 앉아 있는 베버 총아빠스가 보이고, 맞은편 긴 수염을 가진 사제가 안중근에게 고해성사를 준 빌렘 신부입니다.
환등기로 사진을 처음 보는 신자들의 경이로운 표정이 드러나 있습니다.
'장옷 입은 할머니와 손주들'. 상트오틸리엔 수도원 1911년 오토크롬.
장옷을 입은 할머니 곁에 있는 손자들 모습이 귀엽습니다.
컬러로 된 사진은 100여 년 전 한복의 아름다움을 생생히 전하고 있습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12일 성 베네딕도회 서울수도원에서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조사 성과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공개회에서는 국외재단이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한국교회사연구소와 함께 오틸리엔수도원 소장 한국 사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도록 형태의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사진은 1874점.
원래 2077점의 사진을 전수조사를 거쳐 한국과 관련이 있는 사진만 추렸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의 성과는 새로운 사료 발굴과 함께, 천연색 사진으로 하여금 피사체 원래 색감을 파악하게 된 것을 꼽습니다.
또한 기존 사진들의 필름에 해당하는 원판을 직접 확인하고 촬영함으로써 고도화 작업을 펼친 것도 성과로 꼽힙니다.
이를 통해 앞으로 더욱 상세한 역사 연구를 위한 토대가 마련된 겁니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송란희 연구이사는 성과보고회에서 근대사 연구 자료 및 근대 기록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찾은 점, 그리고 민속 사진으로서의 가치를 발견한 점을 성과로 꼽았습니다.
서울대교구와 수도회, 정부 기관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을 통해 사료 발굴에 나선 덕분에 얻은 결실입니다.
<예레미아스 슈뢰더 아빠스 /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엔연합회 총재>
“이번 사업은 사진의 역사적, 문화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한국과 독일 수도회 공동체 간의 지속적인 유대에도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재단 이사장 구요비 주교는 역사적인 사진이 주는 감동에 침잠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희망했습니다.
<구요비 주교 / 서울대교구 총대리·한국교회사연구소 재단이사장>
“빌렘 신부님이 안중근 의사를 면회하고 또 거기에서 고해성사를 들으시고 종부성사를 드리는 역사적인 현장의 사진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데 있어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2025년 겸재 정선 화첩 반환 20주년을 앞두고 한국과 독일 성 베네딕도회의 협력이 더욱 주목됩니다.
CPBC 이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