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보아르의 한 성당에 있는 작품으로 그릇된 복원 사례로 꼽힌다. 복원 전(왼쪽 그림)과 복원 후 작품. 출처=York Post
1997년에 개봉된 영국 배우 겸 코미디언 로완 앳킨슨의 ‘Bean : The movie’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 미스터 빈은 미국 화가인 휘슬러의 ‘화가 어머니의 초상’이라는 작품 앞에서 재채기를 하다가 오물이 작품에 튀는 사고를 친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닦다가 물감을 지워버리고 결국에는 초상화 주인공의 얼굴을 해괴망측한 모습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 시점에서 영화를 관람하던 사람들은 박장대소하였지만, 필자는 난감한 왕방울 눈의 미스터 빈 얼굴에 내 모습이 투영되어 답답했다. ‘섣부른 실수 하나로 명화 한 점을 저토록 망가뜨릴 수 있겠구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작품에 직접 손을 대야 하는 일을 하는 복원가로서 사명감과 함께 위험성을 새삼 느꼈던 영화였다.
2012년경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스페인 보아르라는 마을의 한 성당에 훼손된 작품이 있었는데, 동네 한 할머니가 복원한답시고 예수님의 얼굴을 거의 원숭이 수준으로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특히 전후가 너무 극적이라 더욱 이목을 끌었다.
성당 측에서 전문 복원가에 맡기지 않고 아마추어 화가인 동네 할머니에게 복원을 허용한 이유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이로 인해 작품의 원형이 심하게 훼손되었는데도 오히려 이 작품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리고 심지어 성당에는 상당한 금액의 기부금도 모였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더구나 문제를 일으킨 할머니는 뻔뻔하게도 자기 덕에 후원금이 들어왔다며 지분을 요구했다고 한다.
복원가의 입장에서 이 상황을 분석해 보면 우선 이 만행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비전문가에게 작품을 맡긴 성당의 관계자일 것이고, 그 다음은 용감하게 복원하겠다고 나선 할머니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사달이 난 것은 두 분 모두 미술품 복원을 곡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하다 보면 의외로 미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조차도 미술품 복원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복원은 손상된 작품에 새로 그림을 그려넣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술품 복원의 철칙은 오리지널 부분을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복원가가 오리지널 부분에도 손을 대면 작가의 그림이 아니라 복원가의 그림이 되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의 작품으로 돌아가서 원래 이미지를 보면 예수님의 왼쪽 얼굴과 팔 부분이 심하게 손실되었는데, 복원된 이미지에서는 볼을 복원하려다 온전한 얼굴까지 칠해버린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팔 부분에는 상단과 유사하게 상상력을 발휘하여 두루마리를 그려넣었다. 물론 어설픈 그림 실력으로 더욱 엉망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설사 테크닉적으로 훌륭하다 해도 미술품 복원에 있어서는 절대로 용서받거나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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