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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언어로 자연의 가치 전하는 숲 해설가 사제 2024-08-14
청주교구 신성근 신부는 지난 5월 산림교육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배티 순교 성지에서 신앙의 언어로 숲의 향기를 전하고 있다.


“나무는 절대 욕심내지 않습니다. 아무리 폭우가 쏟아져도 생장(生長)에 필요한 만큼만 머금고 흘려보냅니다. 다른 식물은 그 물로 자라나고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지요. 자연에서 배울 점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숲의 가치를 전하는 사제가 있다. 지난 5월 산림교육전문가 자격을 취득하고 숲 해설가로 인생 2막을 시작한 청주교구 신성근 신부다. 로만 칼라 위로 자격증을 목에 건 신 신부는 자연의 위대함을 신앙의 언어로 전하고 있다. 후배들을 위해 정년보다 5년 일찍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 후 들어선 길이다. 덕분에 숲 해설가 신부 1호 타이틀을 얻었다.

2015년 교회 안팎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그 동력이 됐다. 신 신부는 “「찬미받으소서」 반포 후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른다”며 “생태계 전반에 대한 모든 방향이 결집돼 있는 환경백서”라고 밝혔다. 현재 사제 신분으로 숲 해설을 하는 신 신부에게 「찬미받으소서」는 교과서이자 나침반이다.

 
청주교구 신성근 신부는 지난 5월 산림교육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배티 순교 성지에서 신앙의 언어로 숲의 향기를 전하고 있다.



“숲이 우리보다 먼저 존재했습니다. 숲은 끊임없이 베푸는데 하느님께서 관리자로 임명한 인간이 도리어 침입자, 파괴자가 된 상황입니다. 그 간극을 줄이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자연이 주는 향기를 신앙의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죠.”

자연과 신앙 모두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무상으로 주신 선물이라는 명제 아래 그 가치를 숲 속에서 살아있는 언어로 전하는 것이다.

“숲은 우리에게 참 많은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해만 바라보며 자라는 식물이 자기 자리를 내어주기도 하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듯이, 우리도 주님을 바라보는 동시에 일상 안에서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죠.”

숲 해설에 신앙 이야기까지 곁들여지다 보니 순례자들의 반응도 좋다. 신 신부는 “사제의 숲 해설은 살아있는 강론”이라며 “신자들도 그걸 느끼는 모습을 볼 때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신 신부의 숲 해설 활동 공간은 배티순교성지와 연풍순교성지다. 신앙 선조의 순교정신 이야기도 더해지는 것이다.

“성지는 그 옛날 교우촌이었습니다. 그때도 숲은 있었지요. 신앙 선조들은 마을 어귀 느티나무에 앉아 모든 대소사를 얘기했을 겁니다. 수많은 순례자의 간절한 신앙을 담고 있는 그 나무를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습니다.”

신 신부는 느티나무를 비롯해 단풍나무·소나무 등 숲으로 둘러싸인 성지의 모든 피조물을 신앙적으로 재해석해 전하고 있다.

“요즘은 숲 속 자연의 정보를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빽빽하게 적은 노트가 무색해지곤 합니다. 그러나 숲 해설가의 역할은 정보 전달이 아닙니다. 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이죠. 거기에 저는 신앙의 언어를 덧붙인 거고요.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본당에서 준비한 강론보다 더 많은 품을 들이고 시간을 투자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짜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살아있는 신앙을 함께 나눌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문의 : 010-5248-5504, 신성근 신부(산림교육전문가, 숲 해설가)



박민규 기자 mk@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4-08-14 오전 9:12:19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