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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십시오!”…10년 전 교황 외침 실현하는 청년 소통의 거점 | 2024-08-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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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한국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전국에 교황 열풍이 확산됐던 것.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에는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고,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린 충남 서산 해미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을 보기 위한 사람들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종교를 초월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이 울림을 남긴 것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가치를 찾아줬기 때문이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과 그들과의 연대, 미래에 대한 낙관적 희망을 갖고 사랑과 정의, 평화를 위해 투신하길 당부하며 교황이 보낸 미소는 한국사회에 긴 여운을 남겼다. 2024년 8월, ‘Wake-up 국제 청소년 센터’에서 10년 전 교황이 전한 희망의 메시지를 다시 꺼내본다. ■ 교황의 메시지, 한국교회에 울림 남기다 2014년은 아시아청년대회가 한국에서 열린 해였다. 아시아 23개국 청년 200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계획된, 비교적 작은 행사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하겠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한국의 교황 방문은 1989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이후 25년 만이었고, 더욱이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은 교회 역사상 처음있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4박 5일간의 교황 일정에 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첫날 청와대를 방문해 공식 환영식을 가진 교황은 이튿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주례했다. 오후에는 솔뫼성지에서 아시아청년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16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124위 시복미사를 집전하고 충북 음성 꽃동네로 이동해 장애인과 수도자, 평신도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17일 해미읍성에서 열린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한 뒤, 마지막 날에는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했다. 당시 교황이 만난 사람들, 교황의 말, 교황이 이용한 교통수단 등 모든 행보가 이슈가 됐다. 그가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만난 이들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었다. 유가족의 손을 맞잡고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말로 한국에서의 일정을 시작한 교황은 내내 장애어린이, 세월호 유가족, 위안부 피해자 등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했다. 4박 5일 일정 중 이틀 동안 아시아 청년들과 만난 교황은 청년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17일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거행된 제6차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 강론에서 “아시아인들이여, 일어나십시오!”(Asian, you wake up!)라는 교황의 말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교회과 세상 안에서 빛을 잃어가는 청년들을 향해 교황은 “잠들어 있는 사람은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You Wake Up!”을 기억하다 2014년 8월 17일 오전,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 참석을 위해 교황이 헬기를 타고 도착한 곳은 해미초등학교 운동장이었다. 순교자의 얼이 서려 있는 해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년들을 향해 “한국 순교자들의 모범과 용기를 따라 깨어 머무르라”고 전했다. 교황이 아시아 청년들을 만나기 위해 날아와 첫발을 내디딘 이곳에 9년 뒤 ‘Wake-up 국제 청소년 센터’(이하 Wake-up 센터)가 세워졌다. 교황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던 한국교회가 청년들이 만나고 소통하며 함께 깨어있을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기점으로 서산시의 해미읍 관광자원 개발 계획이 탄력을 받았고 지자체의 지원으로 센터를 세울 수 있었다. 운영은 대전교구 청소년 법인 대철청소년회(이사장 조수환 바오로 신부)가 맡게 됐다. 센터 입구에서 가장 먼저 방문객을 반기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얼굴이다. 교황의 옆모습과 세계가 연결된 지도는 Wake-up 센터가 전 세계 청년, 청소년들이 연결되고 나아가 하느님과 연결되는 공간이 되겠다는 목표를 보여준다. Wake-up 센터는 교황 방문 기념관, 콘퍼런스동, 숙박동으로 꾸며졌다. 교황 방문 기념관에서는 디지털 영상을 중심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이야기와 순교자들의 이야기가 전시된다. 콘퍼런스동에는 세미나실과 회의실, 오디오 스튜디오를 비롯해 이동식 확장현실(XR) 스튜디오, 메타버스와 가상현실(VR)을 연결한 체험 공간이 마련됐다. 현재는 산수저수지와 교황청을 가상현실로 구현, 전 세계 청년들이 가상현실에서 모여 순교자의 길을 걸으며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췄다. 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전 세계 청년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10년 전, 아시아청년대회 때 인연을 맺은 각 나라 청년대표들을 연결하고자 센터는 개관 1년 만에 위 커넥트(WE CONNECT) 사업을 시작했다. 방글라데시, 필리핀, 동티모르 등 9개 나라 청년 대표 10명이 모여 침전돼 있던 신앙을 일으키는 작업을 함께했다. 지난 겨울에는 센터를 방문해 한국교회의 순교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다른 청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았다. 무명순교자, 김대건 신부, 최양업 신부라는 키워드를 도출한 청년 대표들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10주년인 8월 17일에 80명의 아시아 청년들을 초대해 세 주제에 대한 체험과 나눔, 기도를 함께했다. 10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교회에 뿌린 씨앗은 그것을 잊지 않은 사람들의 노력 속에서 값진 열매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Wake-up 센터장 박진홍(요셉) 신부는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을 때 생각나는 것은 영성과 네트워크”라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국교회에 남긴 메시지를 잊지 않은 Wake-up 센터는 이 두 가지를 구현할 수 있는 거점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에서 희망을 찾지 못했던 청년들은 자신의 영성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과정을 통해 더 큰 영성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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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14 오전 8:32:10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