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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상식 팩트 체크] 대세(代洗)는 반쪽짜리 세례다? 2024-08-14

대세(代洗)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죽을 위험에 처해있거나 죽음을 앞둔 분이 세례를 받고 싶어 하는 순간, 성직자가 찾아오기 어렵다면, 성직자가 아닌 사람이 간단한 예식으로 세례를 집전할 수 있는데, 이런 세례를 대세라고 부릅니다. 성직자 대(代)신에 세(洗)례를 집전한다는 의미의 한자어지요.


아시다시피 세례성사의 주례자는 성직자입니다. 교회법도 “세례의 정규 집전자는 주교와 탁덕(신부)과 부제”라고 말합니다.(제861조 1항) 또한 세례의 장소도 “성당이나 경당”으로 규정돼 있습니다.(제857조) 죽음에 임박한 분이 성당을 찾아갈 여유는 없겠지요. 그러다 보니 대세는 정규 집전자가 집전한 것도 아니고, 하물며 성당도 아닌 곳에서 세례가 이뤄집니다.


그리고 대세를 받았는데, 천만다행으로 건강을 회복했다면 보례(補禮)를 받아야 합니다. 예비신자처럼 정식 교리를 받고 대세를 받을 때 생략된 다른 입교 예식들을 보충하는 예식이지요. 이렇게 보니 어쩐지 대세는 완전한 세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세는 결코 불완전하거나 반쪽짜리 세례가 아닙니다. 대세 역시 세례로서 부족함 없이 유효한 세례성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례성사의 일반적인 집전자는 주교와 사제지만, 교회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모든 사람이,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까지도 성삼위의 이름이 명기된 세례 양식문을 사용하여 세례를 줄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256항) 


교회법 역시 “부득이한 경우에는 합당한 의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든지, 적법하게 세례를 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제861조 2항) 위급한 상황이라면 성직자가 아니더라도 적법한 세례를 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박해시대를 살아가던 우리 신앙선조들은 성직자가 부족하고 박해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대세로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세가 박해시대에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 하느님의 자녀가 되지 못한 분들이 많이 계시고, 또 죽음은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병원에서 대세를 받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어느 날 우리 곁에 갑작스럽게 죽음을 앞둔 분이 세례를 원한다고 말한다면, 바로 우리가 세례를 집전해 그분이 하느님 곁에 가실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 않을까요? 대세를 집전하는 방법을 알아둔다면 예상치 못한 그 어느 때 누군가의 영혼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대세를 집전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깨끗한 자연수를 이마에 부으며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에게 세례를 줍니다”고 말하면 유효한 세례가 됩니다.


물론 죽음을 앞뒀다고 누구에게나 다 세례를 베풀어서는 안 되겠죠. 어른의 경우 대세를 받기 위해서는 신앙의 주요한 진리에 대한 지식이 조금 있고, 어떤 형태든지 세례를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해야 하며, 그리스도의 계명을 지키겠다고 약속해야 합니다. 아기의 경우는 죽을 위험이 있다면 지체 없이 세례를 받아야 하고요. 이렇게 대세를 집전한 후에는 ‘대세 보고서’를 작성해 본당에 제출하면 됩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8-14 오전 8:32:1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