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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아있는 내 존재 자체가 기쁨이자 기적입니다” 2024-08-14

“굶어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 걸. 목마름에 지쳐보면 안다, 물이 생명인 걸. 코 막히면 안다, 숨 쉬는 것만도 행복인 걸. 일이 없어 놀아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인 걸. 아파보면 안다, 건강이 가장 큰 재산인 걸. 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 걸. 이별하면 안다, 그이가 천사인 걸. 지나 보면 안다, 고통이 추억인 걸. 불행해지면 안다, 아주 작은 게 행복인 걸. 죽음이 닥치면 안다, 내가 세상의 주인인 걸.”


우리나라 최초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을 쓴 김홍신(리노) 작가는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삶에서 깨달은 소회를 낭송했다. 이후, 이 내용은 50초 남짓한 영상으로 만들어져 각종 소셜 미디어에 퍼지며 지금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김 작가는 139번째 출간작으로 선보인 「겪어보면 안다」(264쪽/1만7800원/해냄출판사)에 그 짧은 글 안에 다 담지 못한 생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4년 만에 펴낸 산문집은 ‘아프고, 잃고, 떠나보낸 뒤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참된 행복’을 주제로 40여 편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김홍신의 인생 수업’이라는 부제처럼, 작가가 70여 년을 살며 느낀 진솔한 고백들은 ‘사는 일’이 쉽지 않은 모두에게 따뜻한 옆집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위로와 조언으로 다가온다.


소설가로서는 물론 국회의원(15~16대), 교수로 살았고 지금도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김 작가에게 어떤 이들은 각 분야에서 성공한 비결을 물어보곤 한다. “성공한 모습은 쉽게 드러나지만, 실패한 것은 표가 잘 나지 않지요. 소설가가 되는 과정도 절대 순탄하지 않았고, 가족과 주변만 아는 실패와 좌절도 많았습니다.” 그는 “「인간시장」도 군사정권 시절, 콩트집(集) 내용으로 계엄 당국 보안대에 끌려가 취조받고 조사를 받은 후 오기를 품고 사회 부조리와 비리를 고발하며 쓴 것”이라며 “그런 우여곡절이 없었으면 「인간시장」은 태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6장으로 나뉜 책은 검은 머리 염색을 고수하다가 염색약을 버리니 멋진 ‘은발’을 얻었다는 깨달음에서부터, 최근 코로나19로 음압실에서 강도 높은 치료를 받으며 죽음과의 사투를 벌였던 체험 등을 통해 절망의 순간에 한 생각을 돌이키면 오히려 기쁨이 되는 ‘생각 비틀기’의 힘, 또 사랑과 용서에 관한 생각과 50여 년간 꾸준히 글을 써온 문학을 향한 열정 등을 나눈다. 성당 유치원을 다니며 부모님과 함께 영세한 이야기, 당시 파리 외방 전교회 소속 본당 신부님이 전해 준 유럽 만화책에 빠져 책을 좋아하게 되고 라틴어 시험에 합격해 복사가 된 사연 등 신앙과 관련된 내용도 들려준다.



김 작가는 책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말을 “살아있다는 자체가 기적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살아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합니다. 내 존재는 우주 만물에서 하나밖에 없습니다. 안나푸르나의 절경에는 감탄하면서 우주 역사상 한번 등장하고 하나밖에 없는 나에 대해서는 왜 경탄하지 않습니까.”


“눈을 떠서 하루를 맞이하고, 글을 쓸 수 있고, 지난 인생 여정 자체 모두 기적”이라고 말한 김 작가는 “그것을 갚는 방법은 더 따뜻하고 좋은 글을 쓰고 더 좋은 사람으로 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8-14 오전 8:32:1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