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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에 대한 믿음 | 2024-08-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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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은 성모마리아를 믿는거지? 개신교는 예수님 믿고?” “아니, 우리도 예수님 믿어.” 이런 질문이 나올 때면 나는 가톨릭신자에게 성모님은 어떤 특별한 존재인지 설명하기보다 늘 흥분해서 유치한 대답만 하기 일쑤였다. “우앙~~”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면 자다가도 자동으로 벌떡 일어나지는 요즘. 엄마가 된 나에게 이런 질문이 다시 온다면 이제는 조금 다르게 대답하지 않을까 싶다. 어머니로서 성모님께서 행하셨던 모습이 새삼 더 깊이 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기가 아프면 내가 케어를 잘못한 거 같아 미안해지고 조금만 다쳐도 말 못 하는 아기에게 큰 아픔을 준 것 같아 나 스스로에게 원망스런 마음이 든다. 아기가 울면 내가 아이의 마음을 빨리 알아차려 주지 못해서인 것 같아 부족한 엄마라는 자책도 하게 된다. 나도 이런데 성모님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실 때 마음이 어떠셨을까? 십자가에 못 박히는 모습을 보실 땐 또 어떠셨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대단한 엄마임이 틀림없다. 아무리 하느님께서 뜻하신 바가 있다 하시더라도 엄마로서 그 광경을 마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롭고 아프고 그 어떤 표현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런데도 성모님은 하느님을 믿고 기도를 드리며 차분히 그 자리를 지키면서 예수님을 지켜보셨다. 진정한 성녀이자,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크신 엄마의 모습으로 존경 그 자체란 생각이 든다. 요즘 나는 늙은 초보 엄마라 아기에게 서툴고 부족한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정서적 안정감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으로 아예 휴직을 하고 육아에 ‘올인’하고 있다. 밖에 나갈 때면 늘 꼼꼼하게 화장하고 머리 세팅도 하고 날씨에 맞춰 뭘 입을지 고민하는 풀세팅 치장 시기는 끝난 지 오래다. 꾸미기는커녕 세수라도 하고 나가면 다행이고 모자는 필수품이 되었다. 카리스마있는 교수 말투에서 “~했또요?”라는 혀짧은 애교 말투와 하이톤의 목소리가 자동 발사된다. 사람들 만나고 다니다 혹여 감기라도 걸려 아기에게 수유를 못 할까봐 외출도 자제하며 인생 최대의 절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기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어 선택한 1년간의 모유 수유 계획 때문에 임신 살을 그대로 남겨놔 몸도 마음도 예전의 내가 아니다. 연기자, 교수, 홍보대사, 대학 지원사업 평가 위원, 영화제 운영위원, 방송사 시청자위원, 문화재단 이사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는 데서 에너지를 얻고 일정이 힘들어도 결과에서 오는 성취감으로 인생의 행복을 찾던 나는 온데간데없다. 엄마로서 역할에 충실하고자 당분간 모든 것을 내려놨지만 사실 마음 한구석엔 살짝 아쉬움도 남아있다. 성모님은 어떠셨을까?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처녀의 몸으로 잉태하셨을 때 과연 어떤 마음이셨을까? 내 아이를 위해 잠깐 나를 희생하는 결정도 이리 힘든데 어떻게 성모님은 하느님의 말씀 한마디에 자신을 버리고 주시는 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우리는 늘 ‘본받자’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신앙인으로서 ‘본받음’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님을 요즘 엄마로서의 일상 체험을 통해 피부로 느끼고 있다. 나는 성모님을 믿는다. 예수님을 안 믿고 성모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대단한 신앙적 믿음을 믿는다. 하느님께 선택받은 가장 본받아야 할 여성으로서, 예수님과 가장 가까운 존재로서, 그리고 모두의 엄마로서 성모님을 존경하며 오늘도 그분께 기도를 올린다. 글 _ 이인혜 데레사(배우·경성대 AI미디어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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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14 오전 8:32:10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