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숲이 바닷빛를 닮아 갑니다. 숲이 파도처럼 넘실대고 발자국 내딛는 곳에 초록이 묻어나는 여름 숲입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사람들에게 불편하고 마음의 방향을 잡지 못할 때 숲에 가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제주 숲은 길을 잃을 염려가 없습니다. 양 갈래 길이 나오면 어김없이 이정표가 있고 나뭇가지에 리본을 묶어두어 탐방로 길을 알려 줍니다.
푸르른 제주 숲길을 따라 불편한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의 방향을 찾아 걸어 보세요.
1.삼다수 숲길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제주개발공사와 교래리 주민들이 조성한 숲길로 2017년 유네스코 지질공원 대표 명소로 지정되었습니다. 걷기 편하고 보존이 잘 되어 있으며 코스별로 정리되어 있어 짧게 숲을 체험하고 싶은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여름에는 산수국이 절정을 이루고 있으며 계곡을 따라 조릿대 군락지와 삼나무 군락지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차장이 떨어져 있어서 숲 입구까지 조금 걸으셔야 하는 불편함이 있으니 참고하세요.
2.마흐니 숲길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물영아리 오름 건너편에 작은 주차장이 있습니다. 탐방로 입구에 아스팔트가 깔려 있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인데요,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멋진 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11㎞ 숲길로 탐방로 입구에서부터 장구못, 삼나무 숲길, 용암대지, 수직동굴, 정부인묘, 마흐니궤를 지나 오름 정상으로 이어집니다. 마흐니 용암대지는 비가 오면 작은 소를 이루고 있고 작은 동굴에서는 냉기가 나오는 곳이 있어 여름에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오름 정상까지는 완만히 오르는 코스지만 정상 한바퀴를 돌면 30분은 더 걸리니 참고하세요. 그리고 풍력발전 단지를 지나야 하므로 조금 시끄럽고 발전기를 관리하는 차량이 드나드니 주의 하세요.
3.머체왓숲길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머체와 왓은 제주어로 각각 돌, 밭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머체왓숲길’은 ‘돌과나무가 한껏 우거진 숲길’이란 뜻입니다. 드넓은 목장 초원과 삼나무, 편백나무 등이 어우러진 원시림으로 제주에서 세 번째로 긴 하천인 서중천 계곡을 끼고 있습니다.
주차장 입구에서 소롱콧길과 머체왓숲길로 나뉘는데 두 길이 중간에 만나는 구간이 있어 숲의 면적이 넓은 편입니다. 숲길 초입 넓은 들에서 보이는 한라산과 목장의 말이 어우러진 풍경에서 사진 촬영은 필수입니다. 코스 중 삼나무 숲 군락지에 50여 년 전까지 거주했던 머쳇골 옛집터가 있으며 숯가마터도 여러 군데 있고 마을 사람들이 소원을 빌던 나무도 있습니다.
2시간 30분 동안 걷는 숲길은 다양한 나무군락지를 만날 수 있고, 서중천에서는 원앙과 오리가 노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글 _ 윤주리 (실비아)
7년 전 제주로 이주, 현재 초등 돌봄 교사로 재직하며 신나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현재 대학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있다.
삽화 _ 김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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