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텔레비전 광고를 보다가 어린아이가 짧게 내뱉은 말에 화들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우리 아빠는 지구를 지켜요!”
‘남들은 나무를 심고, 북극곰 살리고, 더 살기 좋은 지구를 만들기 위해 땀흘려 일하는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제의 직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사제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나름 의미있는 일(지구를 살리는 일이든 동물을 살리는 일이든)을 해본 일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생각만 하다가, 망설이다가, 주저하다가, 우물쭈물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세월만 흘려보낸 나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가끔씩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결정하고 선택해야 할지 고민할 때가 많습니다. 과연 무엇이 인생을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 최선의 결정인지 주저할 때가 많습니다. 과연 지금 내린 결정이 옳은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인생의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어떤 사람은 도전적 정신으로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사람은 그저 우물쭈물만 하다가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고 선택의 시기를 놓쳐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도전적으로 과감한 결정을 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 결과에 대해 큰 후회를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결과적으로 그 결정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후회는 없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도전적 정신으로 과감한 결정을 내려 나름 최선을 다했기에 별 미련이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도전적 정신으로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사람은 아쉬움이 많습니다. 인생의 파도 앞에서 굴복하고, 타협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살아온 사람들은 지나온 인생의 발자국들을 보면서 후회를 합니다.
1925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던 아일랜드의 극작가이자 문학 비평가였던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의 묘비명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습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영어 원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조지 버나드 쇼가 남긴 묘비명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울리는 경종과도 같습니다. 인생의 거센 파도 앞에 두려움으로 가득 차 그저 소극적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놓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생의 고통과 시련 앞에 당당하게 맞서지 못하고, 타협하고, 굴복하고, 뒷걸음치는 사람들에게 외치는 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생은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인생은 그저 후회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라는 뜻이 결코 아닐 것입니다. 이 말의 본 의미는, ‘인생은 누구에게나 아쉬움이 남는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생에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미련이 남지 않도록 매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자는 뜻일 것입니다. 내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 날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인생이, 삶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자신에게 찾아올 죽음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성찰하면서 살아가는 삶은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게 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한 순간 한 순간을 보다 소중하게, 보다 감사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열심히 일하는(Work Hard)의 삶이 아니라 열심히 생각하는(Think Hard)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가수 노사연씨가 부른 ‘바램’이라는 노래 가사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인생은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글 _ 이창영 신부 (바오로, 대구대교구 대외협력본부장)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 대구가톨릭요양원 원장을 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