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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께서 인간으로 오시고 돌아가시고 부활하셨다 | 2024-08-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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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성탄 이콘들, 구원을 위한 대하드라마 보는 듯 그리스도교 신비 요약해 표현한 기본적인 신앙 고백 성탄 (구원의 서막)
시작이 없으신 당신께서는 시간의 강물을 흐르게 하시고 순리의 배를 띄우셨습니다. 수많은 별의 자리를 밤하늘에 잡아 주시고 온갖 만물을 당신 마음에 흡족게 만드신 하느님. 그러나 언젠가 시간의 끝 속으로 그 모든 것 사라지게 두실지라도 우리만은 잊지 못하고 사랑하시는 주님, 스스로 당신이 지으신 시간 속을 걸어오시면서 부서진 마음을 낫게 하시고, 외진 이를 인도하시며(시편 146,7) 당신 모상을 외면치 않으시나이다. 받으실 고통도, 그 높으신 이름도 접어 두시고, 더 크신 사랑 때문에 이곳에 오시니 감사드릴 뿐이옵니다. 거룩하신 그 이름 영원히 찬미 받으소서. 1. 기원 313년 로마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공인할 때까지 그리스도의 탄생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으나, 이후 그리스도의 탄생은 중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동방에서는 유다의 달력인 니산 달로 계산해 성모님께서 4월에 천사의 알림을 받으셨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므로 아기 예수님은 그로부터 9개월 후 1월 5일 밤에 탄생하셨다고 했습니다. 한편 주님 탄생 예고를 3월 25일1)로 계산한다면 1월 1일에 해당한다는 이론도 있습니다. 초대 교회는 이처럼 의견이 분분해 주님의 탄생 축일을 지내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탄생보다는 세례 때의 ‘사랑하는 아들’(마태 3,17), ‘내가 낳은 아들’(시편 2,7)에 관심을 두는 교회도 있었습니다. 12월 25일은 이미 태양신 미트라(헬리오스)의 축일이었습니다. 로마가 그리스도교를 공인하면서 미트라의 신앙은 점차 약화되었고, 미트라의 빛의 의미가 어둠으로부터 하느님의 빛으로 태어나신 그리스도와 연관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로마력으로 354년부터 12월 25일을 ‘주님 성탄’ 축일로 정하고 장려하였습니다. 동방 교회는 오늘날 1월 6일을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또는 동방박사의 방문으로 축일을 지냅니다. 2. 구성과 상황 성탄에 관한 이콘들은 구원을 위한 대하드라마를 보는 듯합니다. 그것은 드높은 산 정상에서 눈앞에 펼쳐진 대자연의 장관을 내려다보며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비밀에 싸여있는 구원의 역사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마치 여러 갈래 금이 간 거울을 들여다보듯, 어설픈 대로 한눈에 비밀의 정원을 훔쳐보는 듯한 흥분을 자아냅니다. 구약을 읽다 보면 많은 부분에서 관련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흐름이 ‘구원의 계획과 구원의 준비와 구원이 곧 도래하리라, 그것도 하느님께서 몸소 오시리라’라는 구세사로 모입니다. 산골짜기 작은 물줄기들이 낮은 곳으로 흘러 한줄기로 합쳐져 강을 이룬 뒤, 결국은 바다로 흘러가리라는 것을 예측게 합니다. 오늘날까지 지켜져 내려오는 주님 성탄 이콘의 기본 무대는 이미 오래전부터 틀을 갖췄으며 점차 확정된 것입니다. 즉 산을 중심으로 동굴·구유·별 등이 배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성모 마리아·요셉·천사·짐승·목동·동방박사·산파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수백 년 동안 이어 내려오면서 그리스도교의 전파 지역에 따라 주요 인물들의 위치는 다를지언정 주된 구성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몇몇 사람의 영성 사상과 외경, 성전(聖傳)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같은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악기와 변주로 아름답게 꾸미는 음악에 비유할 만합니다. 구세사를 서사시로 꾸민다면 주님 성탄은 서막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부분만을 요약해 어떻게 하느님께서 무대에 올리셨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 성탄 이콘은 그리스도교의 신비를 요약하여 표현한 가장 기본적인 신앙 고백입니다. 큰 틀은 ‘성자께서 인간으로 오시고, 돌아가시고, 부활하셨다’라는 것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동정 마리아에서 탄생하셨고, 십자가에 달리셨으며, 돌아가시고,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다’를 뼈대로 구성하고 영성의 색깔을 입혀 드러냅니다. 이러한 서막은 하늘과 땅이 연출하는 드라마를 통해 각 부분마다 어떤 의미를 관객에게 전합니다.(작품 1) 산, 천사, 목동 산은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하늘 아래 제일 높은 곳은 산입니다.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이자 모든 것의 중심이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산 위에 등장하시며, 산은 하느님이란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산에 가시어 기도하셨다는 것은 실제로 산으로 가셨을 것이지만, 상징적으로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주님 성탄 이콘에서 산은 마치 높고 커다란 바위 모양으로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른 뒤에 이러한 일이 이루어지리라. 주님의 집이 서 있는 산은 모든 산 위에 굳게 세워지고 언덕들보다 높이 솟아오르리라. 모든 민족이 그리로 밀려들고 수많은 백성이 모여 오면서 말하리라. 자, 주님의 산으로 올라가자. 야곱의 하느님 집으로! 그러면 그분께서 당신의 길을 우리에게 가르치시어 우리가 그분의 길을 걷게 되리라.”(이사 2,2-5) 또는 “나의 거룩한 산 어디에서도 사람들은 악하게도 패덕하게도 행동하지 않으리니 바다를 덮는 물처럼 땅이 주님을 앎으로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이사 11,9) 그리고 생각만 하여도 즐겁고 풍성함을 느끼는 “만군의 주님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살진 음식과 잘 익은 술로 잔치를, ? 그분께서는 죽음을 영원히 없애 버리시리라. ? 보라, 이분은 우리의 하느님이시다”(이사 25,6-9)라고 노래하는 구절도 있습니다. 주님의 빛나는 산은 모든 산과 인간과 천사들 위에 솟아오릅니다. 그 산은 메시아의 산으로 명백히 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그 산을 둘로 갈라 그림으로써 그리스도의 지상으로 오신 인성과 하느님으로서의 신성을 표현합니다. 중앙 부분의 반원형 천체는 이 세상 저 너머를 향해 열리고 몇 명씩 그룹을 지어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라고 하면서 하늘과 땅을 향해 노래하는 천사를 등장시킵니다. 그들의 표정은 이 커다란 사실에 기쁨과 흠숭을 드리면서, 그중 일부는 이 사실을 알리고자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계속> ------------------------------------------------------------------------------------------------------------ 각주 1) 밤과 낮이 같은 날로부터 시작하여 하느님께서 사람을 만드신 날 6일을 합한 날이 3월 25일이 된다. 김형부 마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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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8-07 오후 3:52:05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