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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조력존엄사법 입법 저지 나섰다 2024-08-07
근육 염증으로 근력이 저하되는 퇴행성 질환인 다발성근염을 앓던 아나 에스트라다는 페루에서 최초로 안락사 권리를 인정 받고, 지난 4월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OSV

제22대 국회 출범 불과 한 달 만인 지난 7월 발의된 ‘조력존엄사법’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교회가 반대 의견을 적극 피력하고 나섰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소장 박은호 신부)는 입법 예고 기간이던 7월 9~23일 2주 동안 입법 반대 의견을 게재할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7월 5일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조력존엄사법을 발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가톨릭대 생명대학원·가톨릭 중앙의료원 소속 8개 병원·꽃동네 대학교·교구·주교회의 등 관계자들이 참여해 조력존엄사법 입법에 반대하는 각자 의견을 올렸다. 국회 입법예고 시스템에는 1745개의 찬반 의견이 등록됐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박은호 신부는 “환자에게 무익하고 부담만 주는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행위와 안락사 내지 조력자살은 엄연히 다른 행위”라며 “연명의료중단은 의료행위에 대한 환자의 결정을 말하지만, 안락사나 조력자살은 우리의 생명을 결정할 권한을 법제화하자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교회가 조력자살을 반대하는 것은 생명을 어떤 상황에서도 침해당할 수 없는 최고의 존엄한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최초로 조력자살을 합법화한 미국 오리건 주의 25년간 자료를 보면, ‘타인이나 가족에게 짐이 될까 봐’ 혹은 ‘경제적 문제’로 조력자살을 강요받는 경향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결국 조력존엄사법 제정으로 죽음으로 내몰리는 대상은 병자나 노인 같이 가장 약한 이들이 될 수 있다.

진영진(안젤라)씨는 ‘생명은 선물이기에 타인이 누군가의 죽음에 조력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스스로 결정해 실행할 수 있으면 무엇이든 ‘존엄’한가? 존엄사란 말부터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반대 의견을 올렸다. 진씨는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연명의료 결정과 관련해 다짜고짜 비용을 묻는 보호자들이 있었다”며 “생사 여부가 경제 문제에 좌우되는 것을 목격하며 조력자살이 합법화될 경우,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수술받은 어머니를 돌본 경험이 있는 성기정(클라라)씨도 ‘타인의 자살을 돕는 건 엄연한 범죄이며, 사람은 누구나 생의 마지막에 질병의 고통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반대 의견을 게재했다. 성씨는 “돌봄에 대한 부담과 고통에 관한 문제 해결에 앞서 죽음부터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박 신부는 “죽음이 모든 이에게 해당하는 만큼 조력존엄사법은 결코 우리와 관계없는 이야기가 아니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박 신부는 “성 마더 데레사 수녀 역시 버려지고 죽어가는 이들을 마지막까지 돌보며 사랑의 선교활동을 하셨듯이 그리스도교의 시선은 늘 병자에 대한 연민과 돌봄으로 표현된다”면서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줄 수 없다면, 죽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고통받는 이들을 불쌍히 여겨서라기보다 돌봄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안락사와 조력자살을 요구하는 행위일 수 있다”며 거듭 우려를 전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4-08-07 오후 1:32:04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