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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공평하신 하느님, 먹거리 보장 | 2024-08-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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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신부로 지내면서 유독 ‘밉상’인 교우를 보는 경우가 있었다. 교우들이 함께 행사 준비나 작업을 할 때는 보이지 않다가 먹고 노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등장한다거나, 식사 준비는 함께하지 않으면서 식단과 맛을 평가하는 일에는 빠지지 않는 이들이다. 신부로서 체면을 내려놓고 그런 사람은 밥을 안 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온갖 궂은일 마다치 않는 교우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들 한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에게 그만한 대접을 해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늘 인내심을 확인하려는 이들에게도 따뜻한 밥 한 그릇, 시원한 마실 거리를 준비해주는 분들의 마음. 그들 역시 나름의 감정과 생각이 있겠지만 베풀고 나누는 일만큼은 차별 없이 공평해야 함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멀리 있지만, 그들은 분명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주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닮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베푸는 사랑, 내 수고를 몰라주더라도 한결같이 나누고 살아가는 이들. 그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시대의 농민들이 아닐까? 밥 한 공기 쌀값 300원만 받게 해달라고 외쳐보지만 왜 남아도는 쌀농사 짓느냐는 차가운 반응, 수입쌀로 인한 재고쌀 적체와 다른 농사를 지어볼 수 없는 처지는 외면당하는 현실. 그렇게 소외당하고 있지만, 농민들은 양식을 구하기 위해 이 더위에도 들에 나가 일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양식을 구하기 위해 일하는 농민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주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농민들만이 아니라 이 세상 누구도 먹고사는 문제로 걱정하지 않는 사회가 되면 더 좋겠다. 건강하고 안전한 양식을 충분히 보장받는 세상,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은총을 베푸시는 하느님의 마음이리라. 불가능한 이상이 아니다. 학교 무상급식이 21세기에 시작되었음을 생각해보자. 나처럼 속 좁은 이들보다 하느님을 닮아 넉넉한 마음을 지닌 분들이 많아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현실이다. 안영배 신부 (안동교구 농민사목 전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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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8-07 오전 8:32:05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