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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집을 잘 짓고 있는가 | 2024-08-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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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기획관리처장직은 힘에 부치는 소임이다. 예산·결산·건물 관리·공사·조직 개편 등 학교 살림 전반을 맡아보는 와중에 신학생 양성,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소임에서도 중요한 공부를 하고 있으니, 바로 건축이다. 혹자는 성당이나 건물 짓는 건축을 떠올릴 것이다. 사실 눈에 보이는 건물 건축도 있지만, 개인의 신앙이나 공동체의 삶과 같이 살아있는 유기체 건축도 있다. 신앙과 건축, 무슨 상관이 있을까? 성경에는 신앙을 설명하기 위해 종종 건축을 비유로 든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마태 7,24) 반석 위의 집이란 각자의 삶을 의미한다. 삶이라는 집을 짓기 위해 어떤 토대를 마련해야 할까? 주님의 말씀과 말씀의 실천이라는 토대 위에서라면 그 어떤 위기와 시련이 와도 흔들림이 없을 거란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예수님께서는 시편 118장을 인용하시기도 한다.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마르 12,10) 유다인들이 배척한 예수님을 하느님께서는 당신 구원 계획의 기초로 삼으셨음을 의미한다. 사도들은 구원받는 데 필요한 분이 예수님밖에 없음을 선포하며 이 구절을 인용한다.(사도 4,11-12) 교회와 관련해서도 건축에의 비유가 종종 등장한다. “하느님께서 설계자이시며 건축가로서 튼튼한 기초를 갖추어 주신 도성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히브 11,10) 묵시록에서는 도성의 성벽과 열두 주춧돌을 이야기한다.(21,14) 바오로 사도께서도 말씀하신다. “나는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에 따라 지혜로운 건축가로서 기초를 놓았고, 다른 사람은 집을 짓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집을 지을지 저마다 잘 살펴야 합니다. 아무도 이미 놓인 기초 외에 다른 기초를 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기초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1코린 3,10-11) 건축을 모티브로 각자의 삶과 신앙, 나아가 교회 공동체(교구·본당·소공동체·레지오·단체 등)를 생각하면, 건축이라는 말이 지닌 영적 의미를 더 구체적으로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어떻게 건설하고 있는가? 공동체를 어떻게 건설하고 있는가? 신앙도 결국 삶이라는 건물을 건축하는 일이다. 그것은 긴 과정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이라는 집을 지어야 하며, 긴 양육·양성 기간을 거쳐 각자의 집을 짓는 법을 배우게 된다. 나는 삶을 건설하는 중인가? 그 건축에서 신앙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그리스도라는 머릿돌과 사도라는 기둥을 중심으로 집을 세우고 있는가? 아니면 기초 없는 집을 짓다 무너진 집터에서 망연자실 앉아있는가? 어쩌면 우리는 삶이라는 집을 건축하다 만 채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반 건축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신앙과 교회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점이다. 생로병사 과정을 겪는 유기체와도 다르다. 교회는 늙는 것이 아닌, 늘 새로워지기 때문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늙는 것이 아니라, 성령과 공동체를 통해 늘 새롭게 성장하며 발전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령 안에서 자기 삶을 점검하고 새로운 내일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가르침을 받은 대로, 그분 안에 뿌리를 내려 자신을 굳건히 세우고 믿음 안에 튼튼히 자리를 잡으십시오. 그리하여 감사하는 마음이 넘치게 하십시오.”(콜로 2,7) 한민택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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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8-07 오전 8:12:03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