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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벽돌가마의 ‘현대판 노예’아동 착취 등 500만여 명의 현실 | 2024-08-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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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리프 마시흐(Sharif Masih, 42)는 4년 전 자신이 갚아야 할 빚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른 채 다른 벽돌가마로 일터를 옮겼다. 사실상 새 주인에게 팔려간 것이다. 현재 파키스탄 펀자브주 파이살라바드에 있는 벽돌가마에서 온종일 몸이 부서져라 일한다. 그의 품삯은 벽돌 1000개당 1200루피(한화 약 5900원)다. 1000개를 만들려면 부인과 아이들이 거들어도 최소 이틀은 걸린다. 쥐꼬리만 한 품삯을 다 받는 것도 아니다. 가마 주인이 빚 상환과 이자 명목으로 일정액을 떼고 준다. 마시흐는 “나는 빚을 지고 태어났고, 빚더미 속에서 죽을 것이며, 내 아이들도 빚에 묶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빚 굴레에서 벗어날 길 없어 아시아가톨릭통신(UCAN)은 마시흐와 같은 파키스탄 벽돌가마 노동자들의 근로 실상을 전하면서 그들을 ‘현대판 노예(modern-day slavery)’라고 칭했다. 이처럼 불합리한 근로 조건에서는 아무리 뼈 빠지게 일해도 빚과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마 노동자들은 대부분 가난한 그리스도인이거나 하층 카스트 힌두교도다. 펀자브주에는 특히 그리스도인 벽돌공이 많다. 마시흐는 가톨릭 신자다. 마시흐 가족 중 가장 취약한 사람은 그의 자녀들이다. 5살 어린 아이를 포함해 자녀 4명이 아버지 일을 거들지 않으면 가족은 배고픔을 면할 수 없다. 또 벽돌가마는 대부분 마을과 동떨어진 외딴 곳에 있다. 벽돌공 자녀들은 학교에 다니기도 쉽지 않다. 마시흐 가족은 비가 집중되는 몬순 시기에는 벽돌을 만들 수 없어 식료품과 생필품을 사려면 주인에게 돈을 빌려야 한다. 마시흐는 “우리 가족은 하루에 겨우 한 끼 먹는다”며 “우리가 굶은 채 잠이 들어도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퓰리처센터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무슬림이 다수인 남아시아 전역의 2만 개 벽돌가마에서 350만~500만 명의 노동자가 노예 또는 강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인권운동가들은 가마에서 일하는 많은 여성과 어린이가 인신매매의 희생양이 된다고 말한다. 좋은 수입과 시설을 약속받지만 결국에는 최악의 방식으로 착취당한다는 것이다. 노동에 시달리는 아동을 위한 행동 촉구 파키스탄 가톨릭교회는 인권단체들 못지않게 이들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힘 있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비협조 때문에 한계에 부닥칠 때가 많다”는 게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나임 유사프 길 사무국장의 말이다. 한 인권단체는 “가마 주인들은 봉건 영주(토착 유지)이고, 많은 법조인과 고위 경찰관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고 비판했다. 인권운동가 메헤르 알리는 “회의에 참석한 한 경찰관은 강제노동 사실을 부인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가마 7개를 소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회 있을 때마다 현대판 노예제와 불법 노동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매년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6월 12일)이면 빼놓지 않고 노동에 시달리는 아동들을 위한 국제기구의 행동을 촉구한다. 노예제는 지난 세기에 사라졌다. 그렇다고 노예나 다름없는 근로 형태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케빈 베일스는 △선택이 아닌 강요나 사기에 의해 △생존에 필요한 것 이상의 보수를 받지 못한 채 △강제로 노동에 종사하는 경우를 ‘노예’로 규정한다.(저서 「일회용 사람들」 참조) 김원철 선임기자 wckim@cp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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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8-07 오전 8:12:03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