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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응답하는 교회, 진정한 쇄신의 길 조명 2024-08-06

1966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직후, 네덜란드 주교회의는 공의회에서 천명한 쇄신에 충실하게 응답하기 위해 교리서 「새 교리서」(De Nieuwe Katechismus)를 출간했다. 이 책은 변화된 사고방식과 생활 양식에 맞춰 그리스도교 신앙을 우리 시대에 알맞게 소개하고 시대가 요청하는 문제와 요구에 답하려는 노력이었다.


5부로 구성된 이 교리서는 문답식 교리서 틀을 벗어난, ‘구세사 중심의 대화식 교리서’라는 특징이 있다. 구원 역사가 기록된 성경을 바탕으로, 하느님께서 왜 인간 역사 안으로 들어오셨는지, 왜 이스라엘을 선택하셨는지, 사람의 아들을 통해 어떤 구원 역사를 펼치셨는지, 일상 안에서 어떻게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 뜻대로 살아갈 수 있는지 다루며 계시 진리와 인간 실존의 만남을 추구한다. 무엇보다 ‘말씀’에서 계시 진리를 찾으며 가르치는 교회에서 대화하는 교회, 더 나아가 듣는 교회로 쇄신하려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하지만 몇몇 내용이 교회 가르침과 다르게 오해될 소지가 생기면서 책이 나온 즉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교황청 추기경위원회는 이 문제를 토론하고 네덜란드 주교회의에 10가지 주제 수정을 요청했다. 주교회의는 수정 권고와 그 내용을 부록으로 첨부해 1969년 교리서를 다시 펴냈다.


한국에서는 1971년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이 내용을 옮겨 「가톨릭 신앙 입문: 화란 새 교리서」라는 이름으로 발행했다. 당시 교수진과 신학생들이 번역에 참여했는데, 원저의 뜻을 충실히 전하면서 번역도 훌륭하다는 평을 받았다. 역자 박종주 신부(베드로·부산교구 문현본당 주임)가 수정 증보판으로 낸 이유다. 


박 신부는 초판을 존중하되, 본문에 인용된 「성경」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전례문 등은 최근 것으로 바꿨다. 독자가 이해하기 어렵거나 예스러운 표현은 원문을 참고해 오늘날 언어로 수정했다. 또 부록의 ‘수정 지침’에는 교회 문헌의 근거를 첨부했다. 박 신부는 “삶에서 말씀을 찾는 것에 서투른 우리에게,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제시한다”고 책의 의미를 밝혔다.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장 권혁주 주교(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인간 역사와 구원의 역사를 따로 보지 않고, 인간에게 당신을 열어 보이시고 인간과 대화하시고 계약을 맺으시는 하느님을 인간 실존의 모든 차원에서 조명하고 살피고 있다”고 추천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8-06 오후 5:52:04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