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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사랑 | 2024-08-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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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지는 저녁 8시 휴식시간이다. 한참 혈기 왕성한 때에 점심 저녁 식사를 도시락으로 해결한 녀석들이다. 그러니 시장기가 돌만도 한 시각이다. 집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빵 하나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반갑다. 가능하면 학교 가까이에서 출근하고 싶었다. 더 큰 이유는 세들어 있는 집에서 한시바삐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주인 할머니의 심한 꾸지람에 기를 펴지 못하는 우리 어린 아이들이 너무나 안쓰럽고 미안했다. 마침 언덕에 위치한 학교 정문 앞에 집을 구할 수 있었다. 앞에서 보면 4층이나 뒤로 가면 2층인 단칸 옥탑방(屋塔房)이다. 그래도 뭐라고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으니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낙원이었다. 아침에 출근하며 아내에게 “여보 커피 부탁해요!”하며 어깨를 두드려주면 기꺼이 “알았어요!”하며 마중한다.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은 아내를 너무 성가시게 했던 것같아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기도 하다. 오후 8시면 그날 당번은 우리 집으로 가서 커다란 주전자에 든 커피를 가져온다. 급우들에게 기꺼이 한 잔씩 따르는 손길이 즐겁다. 학교 매점에 미리 부탁해둔 빵 상자를 들고 와 나누는 당번은 으스대며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짓궂은 B군은 더욱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뒷자리에 앉아 빵을 받고는 얼른 다른 줄 뒷자리로 가서 남은 빵을 하나 더 타고는 의기양양하여 손을 흔들어 댄다. 일부러 못 본 체하면서도 한편 우습기도 하고, 늦게까지 고생하는 녀석들이 측은하기도 하다. 얼마전 스승의 날에 모인 제자들이 또 그 때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렇게 어렵게 사셨으면서도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커피를 끓여 저희가 가면 반갑게 맞으시며 커피 주전자를 건네주시던 사모님과 팥빵을 사주시던 선생님이 더욱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선생님! 이제는 저희가 갚을 차례입니다,” “녀석들!”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보상을 바라서가 아니다. 그러나 제자들을 위한 교육의 투자에는 공짜가 없다. 오늘도 녀석들이 우렁찬 박수와 함성으로 건네준 패를 바라보며 포근한 행복감에 잠긴다. 글 _ 정점길 (세례자 요한, 의정부교구 복음화학교 교장)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 38년 동안 교직 생활을 했다. 2006년 3월 「한국수필」에 등단, 수필 동호회 ‘모닥불’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가톨릭 사회복지회 카리타스 봉사단 초대 단장, 본당 사목회장, 서울대교구 나눔의 묵상회 강사, 노인대학 강사, 꾸르실료 강사, 예비신자 교리교사, 성령기도회 말씀 봉사자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 의정부교구 복음화학교의 교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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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8-05 오후 10:15:00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