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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에서 얻는 교훈 2024-08-06

평생 국민을 위해 헌신한 80대의 지도자가 위기와 논란의 진흙탕에 빠졌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그의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도 고갈됐다. 그리고 마지못해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갈 후보직을 사퇴하는 결정을 내렸다. 올해 81세인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야기다. 11년 전 85세였던 베네딕토 16세 교황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거의 700년 만에 교황직을 사임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에게서 미국의 민주당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 발표는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13년 2월 13일 사임을 발표할 당시 오직 소수만이 그의 사임 계획을 알고 있었다. 사임 발표장에 있던 한 추기경은 너무 놀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청소부가 와서 다음 행사를 위해 준비해야 하니 자리를 비워달라고 해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에는 그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그의 후보직 사퇴를 몰아붙였다. 2013년 베네딕토 16세 교황 때는 교회 안 그 누구도 대놓고 그의 사임을 요구하지 않았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스스로 선택했다. 2016년 한 독일 언론인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은 “누군가 압박했다면 나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임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의 사임은 철저히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었다. 그가 오는 11월 열리는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지고, 민주당도 의회 선거에서 질 것이 뻔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경우에는 당연하게도 재선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과 민주당이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우선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경우 그의 유산이 오랫동안 남을 수 있었다. 거의 절대적인 권력자가 공동선을 위해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온 겸손의 아이콘이 됐다. 바이든도 마지막까지 이기심을 채우는 것을 포기해 국가에 봉사한 위인으로 남을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으로 위기에 빠졌던 교회는 더 오래 버틸 기회를 얻었다.


2013년 초, 가톨릭교회는 빈사 상태였다. 2010년부터 시작된 유럽교회의 성직자 성추행 추문으로 곤죽이 됐고 홀로코스트를 부인한 전통주의자 주교와 ‘바티리크스’ 등 내부 사정으로 교황직 자체도 심한 공격을 받았다. 교황의 사임 후 새 교황이 뽑히기 전까지 약 한 달 동안 줄어드는 신자 수, 커가는 추문, 교회의 혼란과 우려 등 어두운 소식이 가득했다.


그해 3월 13일 저녁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이 흰옷을 입고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등장했고 세상은 변했다. ‘독일셰퍼드’, ‘주님의 로트와일러’ 등으로 유명했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베르골료 추기경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교회를 바꿨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말이다.


새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우상과 같은 성인인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썼다. 세상의 가난한 이들과 잊힌 이들과 연대하겠다는 분명한 표시였다. 그는 군중에게 축복을 내리기 전에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 요청했다. 이는 겸손의 표지로 읽혔다. 


교황 선출 이후 며칠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은 콘클라베 전 묵던 호텔에 직접 찾아가 짐을 싸고 숙박비를 계산하고 교황의 아파트 대신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지내기로 하면서 언론의 이목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그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어떻게 빈민들과 가깝게 지냈는지, 또 운전사 딸린 리무진을 거부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퍼졌다. 


세상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사랑하게 됐고, 그는 그해 12월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하지만 이러한 전 지구적인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애정은 오래 가지 못했다. 결국 프란치스코 교황도 교회를 지배하기 시작했고, 이는 지금처럼 양극화된 교회에서 교회의 분열을 낳았다. 오늘날 교황은 ‘욕받이’와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민주당에 좋은 소식은 향후 4년간의 좋은 느낌이 아니라 당장 넉 달 동안의 좋은 느낌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험에서 이는 충분히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 바이든 대통령은 더 이상 피를 흘리기 전에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닌 새로운 강력한 인물이 필요했다. 현재로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다음 대선 후보로 유력하다.


물론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과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와는 차이점이 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은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주님의 섭리에 대한 굳건한 믿음에서 나왔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은 누군가의 당선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후임은 온전히 성령의 뜻에 따른 추기경단의 선택이었다.


미국의 민주당은 가톨릭교회가 보여준 선례에 안도하고 있을지 모른다. 적어도 여론에서는 말이다. 11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줬던 선례와 같은 행운이 따를지도 모르겠다.



글 _ 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8-06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