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본당 주임 남상근 신부가 병자 영성체를 주고 있다. 남편 김씨는 기도문을 읊조렸고 아내 아녜스씨는 그를 위해 기도했다.
서울 지역에 폭우가 내린 18일 마포구 공덕동 단독주택가. 세찬 비를 뚫고 가파르고 좁은 골목길을 올라 박아녜스(74)씨와 남편 김요셉(76)씨, 아들 김식스토(47)씨 세 사람이 사는 빌라에 도착했다. 집안은 어둑어둑하고 공기는 눅눅했다. 거실 안쪽 방에는 중풍으로 쓰러져 8년째 투병 중인 김요셉씨가 누워있었다.
김씨는 의식은 비교적 괜찮은 상태였지만 근육이 거의 빠진 상태다. 욕창과 영양결핍이 심해 얼마 전 병자성사를 받았다. 이날 함께 방문한 서울대교구 공덕동본당 주임 남상근 신부가 안부를 물었다. “손이 점점 굽으시네. 오른손은 괜찮으셔요? 왼손 마비가 더 심해진 것 같네요. 조금씩 드시기는 하세요?”
옆에 있던 아내 박씨는 “잘 드시는데, 맨날 배고프다고 한다”고 답했다. 남 신부는 곧바로 봉성체를 진행했다. 남편 김씨는 힘겨워하면서도 입술을 움직여 ‘주님의 기도’를 읊조렸고, 아내는 남편을 어루만지며 그를 위해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김씨 가족 세 사람은 모두 환자다. 아내 박씨는 2년 전부터 당뇨와 신장 질환으로 투석을 시작했다. 현재는 당뇨합병증으로 주 3회 투석하는 중환자가 됐다. 아프기 전엔 건물 청소와 식당 설거지, 시장에서 밤을 까면서 억척스럽게 가족의 생계를 꾸렸다. 하지만 현재 건강상태로 그런 일을 하기는 힘들다.
아들도 매주 3회 투석을 받고 있다. 고교 졸업 후 박스공장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며 잘 지냈다. 인지기능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올 1월 급성 심장병으로 여의도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상태가 나빠져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겼는데, 그 과정에서 신장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병원비 부담이 커져 요양병원에 갔다가 퇴원 후 집으로 온 상황이다.
가족의 수입은 박씨가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구한 동사무소 청소를 하고 받는 20만 원과 월남전 참전용사인 남편에게 나오는 50만 원이 전부다. 하지만 매달 신장 투석을 하는 두 사람에게 드는 90만 원과 중풍 환자인 남편 약값, 기저귀 값만도 15만 원이 넘는다. 본당에서 쌀을 지원해주는 등 갖가지 도움을 주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이들이 이렇게 어렵다는 걸 본당에서 안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서울 공덕동본당 맹희재 수녀는 “박아녜스 자매님은 노숙자들에게 밥해주는 봉사를 20여 년간 묵묵히 해오면서 자신의 어려운 상황은 절대 드러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소 생계비와 의료비·은행 이자를 내다보면 결국 현재 살고 있는 집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그전에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선정되는 길을 함께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
서울 공덕동본당 주임 남상근 신부
“박아녜스 자매님의 가정을 형제적 사랑과 연민을 지닌 교우들께서 적극 도와주시리라 믿으며 도움을 청합니다. 또 교회의 관심과 격려를 받은 이 가족이 주님의 축복과 사랑 안에서 용기와 희망의 불을 지피면서, 당면한 오늘의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바라는 마음으로 주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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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녜스씨 가족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7월 28일부터 8월 3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5)에게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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