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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인생 먼저 살아온 어른”… 세대 간 다름과 차이 이해해야 | 2024-07-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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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생긴 꼬리표 ‘노인혐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노인과의 갈등’과 ‘노인에 대한 차별’에서 자라나는 노인혐오는 내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점점 심화하는 모양새다. 온라인상에선 노인혐오 표현이 남발되고, 대중교통과 공공이용시설 등 일상에서도 노인혐오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 고령 운전자들의 잇따른 사고로 인한 비난의 화살이 노인 전체로 확산하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4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담화에서 “노인이 ‘젊은이의 미래를 훔친다’는 비난은 요즈음 어디에서나 존재하며, 근거 없는 편견들은 여전히 젊은이와 노인 세대 간 갈등에 계속 불을 지피고 있다”며 노인들을 향해 열린 마음과 기쁜 얼굴을 보여주자고 당부했다.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맞아 우리 사회 노인혐오 문제를 들여다봤다. 불편한 존재들 20대 직장인 김마리아(가명)씨는 퇴근길 지하철을 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피곤함을 느낀 김씨가 자리에 앉아 있는데, 한 노인이 말을 걸었다. “나이 먹은 나도 서서 가는데, 젊은 사람이? 쯧쯧.” 김씨가 앉은 자리는 노약자석도 아니었다. 김씨는 자리를 양보하면서도 노인의 막무가내식 요구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지하철에서 내리는 다른 노인이 출입문 근처에 있던 김씨를 밀치고 갔다. 김씨에게 유난히 힘든 퇴근길이었다. 30대 직장인 이베드로(가명)씨는 최근 동료들과 점심 후 카페를 찾았다가 불편함을 느꼈다.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데 노인들이 카페로 들어왔다. 또래 친구들로 보이는 노인들은 카페 직원에게 반말은 물론이고, “인원 수대로 주문하지 않겠다”며 양해하라는 말까지 했다. 노인들이 자리한 후에도 불편함을 계속 느꼈다. 큰소리로 웃고 떠들며 주위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것. 이씨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노인들을 향한 시선 국가인권위원회의 노인인권종합보고서(2018)를 보면, 청년층 80%가 노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갖고 있었다. 사회구조 변화로 인한 세대 간 인식변화와 노인 인구 증가로 인한 경제적 부양부담 증가가 그 이유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조사(2021)를 보면, 우리나라의 노인 차별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 국가 중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으면서 노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7월 10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1000만 62명을 기록, 사상 처음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체 주민등록인구 5126만 9012명의 19.51%로,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란 뜻이다. 내년에는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노인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세대 간 갈등은 점차 심화되고, 노인에 대한 경제적 부양부담이 증가하면서 차별과 혐오도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처받는 노인들 실제로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불편한 시선으로 상처받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박아녜스(가명, 70대)씨는 최근 좁은 길에서 한 청년과 부딪혔다. 문제는 그 후였다. 박씨가 사과하기도 전에 청년은 박씨를 노려봤다. 박씨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청년에게 사과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체칠리아(가명, 70대)씨는 버스에서 겪은 일을 털어놨다. 버스 노약자석에는 청년이 앉아있었고, 청년 앞에 선 채 목적지까지 가야만 했다. 정씨는 “노약자들을 위한 자리이긴 하지만 비켜달라고 할 수도 없고 바라지도 않는다”면서 “될 수 있으면 부딪히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세대 간 불편과 상처가 오가는 상황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순둘 교수는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노인 차별과 혐오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젊은 세대의 경우 노인세대를 경제활동에 있어 생산적이지 못한 존재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 노인을 향한 차별과 혐오가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박진리(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수녀는 “노인학대 상담을 하다 보면 자녀가 부모를 ‘도움이 안 되는 존재’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노인 차별과 혐오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우리 사회에 느리고 생산성 없는 노인들을 불필요한 존재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차별과 혐오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서로 다름을 이해해야 정순둘 교수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또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세대 간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인들은 젊은이들을 위해,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어릴 때부터 세대 간 다름과 차이를 이해하는 교육이 가정과 학교·사회 곳곳에서 이뤄져야 하며, 언론 또한 이러한 인식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전했다. 박진리 수녀는 “노인은 불필요한 존재, 젊은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고 구분하는 것은 소극적이고 잘못된 시선”이라며 “우리 사회가 서로 단점을 찾고 대치하기보다, 장점과 각자 역할을 부각하고 그에 따라 임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인들은 젊은 시절 경험을 나누면서 관대한 마음으로 젊은이들을 품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보험연구원은 고령사회의 노인혐오(2020) 자료에서 일본 사례를 언급하면서 고령자의 지역사회와 세대 간 유대감 강화·고용 안정성 제고가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2010년 전후 ‘혐로사회(嫌老社會)’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하지만 2017년 고령사회전문가 포럼에서 연령주의의 대응 방안으로 젊을 때부터 부모·자녀·지역사회와의 유대 강화의 중요성을 상기했고,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 기업이 65세까지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게 했다. 보험연구원 안소영 연구원은 “청년층의 노인 인구 부양부담을 완화하고 고령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자 우리나라도 일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영향을 위기가 아니라 하나의 변화로 인식하고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세대 간 틈을 줄이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대와 세대를 잇기 위한 노력 노인들에게 손 내밀며 세대 간 심리적·물리적 거리를 좁히고자 힘쓰는 청년들도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본당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와 함께 홀몸노인과 노숙인 돌봄 등을 실천하는 서울대교구 서교동본당 청년들이 그 주인공. 신재민(안젤라, 30)씨는 “노인체험관 등을 방문해 노인들의 삶을 경험해보며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됐다”며 “노인을 향한 편견으로 그들을 무턱대고 혐오하는 것은 무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그가 봉사하며 만난 어르신 중에는 편견 속에 존재하는 노인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 많았다. 재민씨는 “어르신들이 어렵게 모은 돈을 1년에 1~2차례 기부해주시곤 한다”며 “극구 거절해도 ‘또 다른 노인들을 돕는 데 써달라’며 따뜻한 마음으로 이웃을 걱정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함께 봉사하는 신혜윤(스텔라, 29)씨도 마찬가지다. “주님 성탄 대축일 전날 배식봉사를 했는데, 한 어르신께서 다가와 ‘항상 고마워요, 젊은이’ 하면서 검은 봉지를 손에 쥐어주셨어요. 열어보니 초콜릿이 가득 담겨 있는 것 아니겠어요?” 이 같은 경험을 한 젊은이들은 ‘노인혐오’란 단어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아프다고 했다. “언젠가 저희도 노인이 될 텐데, 나중에 똑같이 그런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노인을 ‘나보다 인생을 먼저 살아온 어른’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서울 청년 기획봉사단 ‘에이지커넥터’는 노인을 ‘선배 시민’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이름 그대로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법을 고민하며 세대와 세대를 잇는 청년들이다. 매주 월요일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보드게임·집밥 교실 등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어르신들이 지혜와 경험을 청년들과 나누도록 돕는다. 봉사단 청년들은 어르신들에게 먼저 다가가 그들의 손주가 돼주고 있다. 단장 계정은(29)씨는 “봉사하며 어르신들을 가까이 만나보면 자존감이 매우 낮은 모습을 볼 때가 자주 있다”며 “그저 노인이 됐다는 이유로 위축되신 걸 보면 많이 안타깝다. 젊은 세대가 더욱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단원 김은회(21)씨도 “어르신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여론이 많은데, 그들로 인해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그냥 지켜보기보다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민다면 오히려 사회에 만연한 편견들을 금방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부터 바뀌는 것이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께 사는 세상 노인들은 청년·중년을 거친 우리 사회 구성원이다. 이들도 반목과 혐오를 걷어내고 다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한 희망을 내비쳤다. 정한용(마리안나, 78)씨는 “세대 간 대화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정씨는 “서로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어도 표현하지 않으면 가족이라도 잘 알지 못하듯이 대화의 자리를 자주 갖고 소통하는 자리가 곳곳에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영남(안젤라, 67)씨도 “최근 한 젊은이의 친절을 경험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어 다시 돌아가 빵을 사다 준 적이 있다”며 “요즘 젊은이들이 살아가기 너무 바쁘고 힘든데 내가 더 좋은 마음으로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세대 간에 서로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오죽 힘들면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 결혼을 안 하겠어요. 주변을 돌아보는 게 왜 그렇게나 힘들겠어요. 내 삶이 행복하지 못하니까 힘든 것 아니겠어요?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려면 중요한 가치를 함께 대화하고 나눠야 한다고 여깁니다. 노인들이 이를 위한 역할도 해야 하고요. 젊은이들에게는 그래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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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24 오전 10:12:12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