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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의 성모자화, 총격으로 성모님 가슴 부위 훼손 2024-07-24
다빈치의 ‘요한 세례자와 성 안나와 함께 있는 성모자상’ 사고 전. 출처=National gallery Technical Bulletin
사고 직후. 총격에 의해 성모님의 가슴 부위가 15cm 정도 심하게 파손되었다. 출처=National gallery Technical Bulletin

가수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이 히트한 적이 있다. 물론 실제 총을 맞은 사람의 고통이 아니라, 사랑의 상처 때문에 총을 맞은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는 내용이다. 미술품도 여러 이유로 수명이 위태로워질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성모님의 가슴에 총격을 받았던 사례를 소개한다.

1987년 여름, 퇴역 군인 한 명이 총을 감추고 런던의 미술관을 차례로 방문하고 있었다. 그는 미술품에 총을 쏠 목적으로 관람객이 뜸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초여름, 미술관은 관람객들로 매우 북적이는 시기이므로 기회를 잡기가 여의치 않았다.

7월 17일 그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낮 시간 내내 서성대다 폐관 5분 전 몸에 숨기고 있던 총을 꺼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한 세례자와 성 안나와 함께 있는 성모자상’(The Virgin and Child with Saint Anne and the Infant Saint John the Baptist)’에 총격을 가했다. 총성을 듣고 경비원들이 곧바로 달려왔고, 그는 저항은커녕 도망갈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그러나 이미 그림에 날아든 총알은 성모님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비록 총알은 방탄유리 덕에 그림에 직접 도달하지 않았으나, 총알의 압력으로 유리가 분말화되면서 작품 표면에 반경 15㎝ 정도 되는 상처를 입혔다. 피해가 더욱 심각하게 커진 이유는 이 작품이 종이에 그려진 스케치였기 때문이다. 지지체로 사용된 종이는 500년의 세월 속에 산화가 진행되어 이미 내구력을 잃고 있었는데 충격으로 인해 거의 분말화될 정도로 산산조각이 나 버린 것이다. 오히려 총알이 관통하는 것보다 더 크게 훼손된 것이다. 범행 동기는 특별한 것은 없었고, 그는 재판 뒤 정신병원에 무기한 감금되는 형을 받았다. 다빈치의 몇 안 되는 작품이 파손되는 불행한 사건이었다.
 
사고 부분(왼쪽)과 산산조각난 종이 조각을 접합한 모습. 출처 National gallery Technical Bulletin

사고 직후 영국 내셔널 갤러리 보존복원팀은 작품의 재질분석에 돌입했다. 이와 더불어 산산조각 난 종이를 수습하여 제자리에 배치하는 섬세한 처리작업 후 색 맞춤을 하여 마무리하는 작업을 완료하였다. 이러한 파괴행위는 온습도 변화·천재지변 같은 원인과 달리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경우, 주위에 안전요원이 있더라도 관람객이 마음만 먹으면 작품에 손을 대거나 흉기로 손상할 수 있다.

미술품을 보호할 방법은 없을까? 미술품을 훼손한 사람들은 금전적인 배상 등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관람 중에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공격을 막을 수는 없다. 이 질문에 뾰족한 답을 구할 수 없다는 게 미술관 스태프들과 문화유산 보존 분야 종사자들의 고민거리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07-24 오전 9:52:13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