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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오셨다!” 힘든 어르신들에게 더욱 절실한 교회의 손길 | 2024-0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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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는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요양 사목’을 시작했다. 다니던 본당마저도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사제에게 축복을 청하고 성체도 모시길 염원하는 요양시설 내 어르신 신자들에게 요양 사목은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급격히 증가하는 고령 인구로 인해 본당 사목자가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을 모두 감당하기엔 힘든 경우가 많아졌고, 앞으로는 더욱 그렇다. 이런 가운데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맞아 우리 주변 어르신 중에서도 각별한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어떤 방식의 사목이 필요할지 올해 첫걸음을 뗀 의정부교구 요양 사목을 통해 짚어본다. 의정부교구에 요양 사목이 더 절실했던 이유 의정부교구 관할지역은 전체 인구 대비 노인 인구 비율, 특히 요양이 필요한 노인 인구 비율이 다른 교구의 관할지역에 비교해 높은 편이다. 의정부교구 2지구 요양 사목을 담당하는 홍기환(베르나르도) 신부는 “서울은 임대료가 비싸고 시설이 들어설 물리적 공간도 부족하다 보니, 요양시설들이 경기도 등 수도권으로 밀려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자연스럽게 의정부교구 관할지역 안에 노인 요양 시설이 월등히 많고 또 지금 이 순간에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이미 많은 본당 사제가 지역 내 어르신 신자들을 직접 찾아가며 병자 영성체를 하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본당에 교적을 둔 어르신들만 돌보기에도 벅찬 게 사실이다. 홍 신부는 “일반 요양원이 자체적으로 어르신들의 종교를 파악해 본당에 알려주진 않기 때문에 결국 사제가 직접 가서 신자인 어르신이 있는지, 신자라면 교적이 어딘지, 가족과 연락이 닿는지 등을 모두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본당 사제가 모든 요양원을 돌며 어르신들을 돌보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의미다. 요양시설이 많은 의정부교구는 이런 특징이 더욱 도드라진다.
신부들의 자원으로 시작된 요양 사목 홍 신부는 “본당 사목 시절 교구 차원의 요양 사목이 절실하다는 생각에 교구에 요양 사목 신설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제안을 교구가 수용했다. 올해 2월 의정부교구는 요양원이 많거나 넓은 지역에 분포돼 본당 사목자가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네 개 지구(1지구, 2지구, 4지구, 8지구)를 선정한 뒤, 지구별로 사제 한 명씩을 선교사목국 병원사목위원회(위원장 고종향 가롤로 신부) 소속 요양 사목 담당으로 파견했다. 홍 신부가 포함된 네 명의 신부는 모두 요양 사목의 필요성에 공감해 자원했다. 큰 틀에선 사제가 본당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지구 내 요양시설을 전담해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병자 영성체를 주거나 어르신들을 돌보는 게 공통된 역할이지만, 더 세밀한 부분은 아직 초기 단계다 보니 담당 사제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중 2지구를 담당하는 홍기환 신부는 의정부교구 광릉본당(주임 나준홍 바오로 신부)을 거점으로 총 3개 본당 관할지역의 요양원 어르신들을 돌본다. 수요일과 금요일 홍 신부가 봉사자들과 함께 요양원 등을 직접 방문하며, 워낙 요양원 수가 많다 보니 한 요양원당 방문 빈도는 한 달에 한 번꼴이다. 봉사자는 각 본당 소속으로, 담당 사제와 동행해 어르신들을 돌본다. 사제가 병자 영성체를 주는 동안 요양원 담당자와 소통하며 교적을 모르는 신자를 파악하거나, 요양원 내 알려지지 않은 신자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신부님 손꼽아 기다리는 어르신들 신자임에도 신부 한 번 만나기도 힘든 어르신들에게 요양 사목은 큰 힘이 된다. 7월 17일 홍기환 신부는 광릉본당 관할 네 개의 요양시설을 방문했는데, 시설들은 비교적 거동이 가능한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곳부터 뇌경색, 사지 마비 등을 겪는 중증 어르신들이 있는 곳까지 다양했다. 홍 신부는 어르신들에게 병자 영성체를 주고 한 명 한 명에게 축복한 뒤 덕담을 건네며 소통한다. 예식을 마치고 나서려는 홍 신부의 뒤에다 한 어르신은 “신부님 오시기를 손꼽아 기다렸다”며 기뻐하기도 했다. 홍 신부는 “요양원에서 말도 못 하고 누워 계신 분들도 과거 어떤 본당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던 교우들”이라며 “그런 분들이 타지 요양원에서 교회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기에, 요양 사목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양원 담당자들은 우리가 방문하는 날만 되면 신자 어르신들 얼굴이 활짝 핀다고 하는데, 그분들께 교회 손길이 얼마나 필요하셨을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광릉본당 관할 구역 네 곳의 요양원 중 한 곳인 성모요양원에선 새 영세자도 나왔다. 이날 병자 영성체에 참례한 15명의 어르신 중 한 명인 우원동(막시모·75)씨는 딸과 손자가 보는 앞에서 하느님 자녀로 새로 태어났다. 요양 사목이 없었다면 놓쳤을 수도 있는 소중한 교회 식구다. 이제 막 첫걸음이지만 교구 내 요양 사목 전담 사제 유무의 차이는 상당해 보인다. 광릉본당 봉사자 전용희(클라라)씨는 “전에도 본당 사목회가 어르신들을 찾아가긴 했지만, 관련 시설과 어르신 신자 수가 생각보다 너무 많아 제대로 된 파악이 어려웠다”면서 “올해 담당 신부님이 오시면서 특히 신자 파악과 관련해 체계가 잡혀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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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7-23 오후 1:52:15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