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뉴스
- 전체 2건
제 집 대하는 마음으로 수련원 기초 놓은 ‘산증인’ | 2024-07-23 |
---|---|
“세례도 안 받은 저에게 한마음청소년수련원 초대 관리부장 신부님이 ‘새로 열게 될 수련원에서 함께 일해 보자’고 제안하셨어요. 성당의 ‘성’ 자도 모르던 저는 처음 뵌 신부님을 사장님이라고 불렀죠.” 의정부교구 한마음청소년수련원에서 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한상욱(요아킴·71)씨는 수련원이 개원한 1984년부터 40년 근속하며 수련원과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한씨는 원래 수련원이 개장하기 전 그 자리에서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던 ‘삼호원풀장’ 관리원이었다. 서울대교구가 풀장 부지를 넘겨받아 수련원으로 쓰기 위해 준비하던 즈음, 한씨가 성실하다는 말을 들은 수련원 초대 관리부장 고(故) 이사응(안토니오) 신부가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면서 수련원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한씨는 수련원 개원 초기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개원한 직후 전 직원이 나를 포함해 5명 내외였다”면서 “관리할 부지가 워낙 넓다 보니 외부 사람들을 일용직으로 고용해 인력을 충원하곤 했다”고 기억했다. 이어 “수련회를 위해 학생들이 오면 산에서 장작을 패다가 장작불로 밥을 해주고, 방문객들이 머물 텐트를 이사응 신부님과 함께 직접 쳐줬다”고 말했다. 초기엔 담벼락 등 보수에 쓸 콘크리트를 직접 제조하기도 했다. 한씨는 “모래와 자갈 등을 버무려서 어떻게든 담벼락을 보수하거나 심지어 직접 만들었는데, 막내였던 나에겐 고된 작업이었지만 젊었으니 가능했던 일”이라고 웃음 지었다. 오랜 기간 일하다 보니 수련원 시설을 거의 꿰뚫고 있다. 한씨는 “전기나 배선 등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결국 직원들이 고쳐야 하기에 하나하나 경험하며 익혔다”고 말했다. 경험이 수십 년을 쌓여 이제는 웬만한 건 그가 고치고 있다. 수련원에서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한씨는 “1987년 즈음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직원과 함께 본관과 통나무집 사이 계곡을 지나는 다리를 건너자마자 토사가 밀려와 다리를 통째로 휩쓸고 지나갔다”면서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지만, 주님이 우리를 지켜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수련원 시작을 함께했던 이사응 신부와의 기억은 특별했다. 한씨는 “신부님이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도 저를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면 ‘이 사람이 처음엔 나를 사장님이라고 불렀었다’며 놀리시곤 했다”고 기억했다. 이 신부가 한씨를 수련원으로 부른 덕에 그는 세례를 받고 하느님 자녀가 됐다. 이 신부는 2007년 선종했다. 또 40년간 많은 사제들이 수련원의 원장으로 거쳐갔는데, 한씨는 “부족한 나를 신부님들이 모두 인상 좋다며 잘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덕분에 수련원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지금까지 그대로다”고 말했다. 최근엔 폭우로 수영장에 토사가 흘러내려오는가 하면, 질퍽해진 기도 산책로에 자동차가 고립돼 트랙터로 끌어내는 등 바쁜 일과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시종일관 특유의 밝은 표정으로 앞으로 해야 할 작업들을 소개했다. 한씨에게 수련원은 집이나 다름없어 궂은일도 애정을 가지고 임한다. “수련원도 오래돼 여기저기가 망가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집이라고 생각하면 더 열정적으로 일하게 되죠. 이곳에서 일하게 된 것도 이사응 신부님을 통해 주님께서 마련하신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
|
[가톨릭신문 2024-07-23 오전 9:52:10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