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
열은 열로 다스려야 한다. 뜨거운 여름에는 뜨거운 삼계탕 한 그릇이 제격이다. 무더위로 고생하는 독자들을 위해 가슴 뜨거워지는 이야기,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 밥상 하나를 준비했다.
경기도 수원 7번 마을버스.
수원 광교를 출발해 경기도청과 아주대학교 병원, 우만동을 거쳐 지동시장까지 왕복 운행한다. 그 앙증맞고 경쾌한 마을버스의 멋있는 운전기사. 35년 넘게 마음을 나눠오고 있는, 내가 부러워 하는 마음을 가진 친구다.
날씨가 화창하던 그 날, 친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운행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허리가 굽고, 행색이 남루한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버스에 오르셨다. 할머니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어렵게 자리를 찾아 앉을 즈음, 한 젊은 여성이 급하게 버스에 올라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댔다. 그런데 어쩌나…. 단말기에서 음성안내가 나왔다.
“잔액이 부족합니다.”
여성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방을 뒤져 보았지만 현금도 없었다. 운전기사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 그때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가 말했다.
“내가 대신 버스 요금을 낼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 그리고 내 친구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기사 아저씨, 그렇게 하면 되지?”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돈을 주섬주섬 꺼내 젊은 여성 대신 요금을 지불했다. 여성은 연신 감사하다며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얼굴이 환해졌다. 몇 정거장 더 지나 젊은 여성이 내린 후, 친구 운전기사가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 왜 알지도 못하는 분인데 대신 요금을 내주셨어요?” 할머니가 말했다.
“나도 전에 미처 요금을 챙기지 못하고 버스에 타서 당황했던 일이 있어요. 그때 한 청년이 대신 요금을 내줬어요. 그때 생각이 나서요…. 받았으니까, 나도 줘야지요.”
죽음은 검정이고, 내일은 하양이다. 운명은 회색이고, 삶은 초록이다. 이별은 보라이고 기다림은 자주다. 좌절은 적갈색이고 꿈은 노랑이다. 젊음은 파랑이고, 노년은 연한 파랑(하늘색)이다. 그리고…. 사랑은 빨강이다. 뜨겁다. 사랑은 그 뜨거움으로 뜨거운 욕망과 이기심, 욕심의 불길을 진화(鎭火)한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
글 _ 우광호 발행인
원주교구 출신.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1994년부터 가톨릭 언론에 몸담아 가톨릭평화방송·가톨릭평화신문 기자와 가톨릭신문 취재부장, 월간 가톨릭 비타꼰 편집장 및 주간을 지냈다. 저서로 「유대인 이야기」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성당평전」, 엮은 책으로 「경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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