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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개든 ‘조력 자살’… 교회 “생명 불가침성 침해” 절대 불가 2024-07-17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내용의 ‘조력존엄사법’이 지난 5일 국회에 발의됐다. 가톨릭대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박은호 신부는 “절대 통과되어선 안 되는 법안”이라며 “법안이 제정되면 많은 이가 자살에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은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환자의 손을 가족이 잡고 있는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회복 가능성 없는 환자에게
조력 자살 허용법안 재발의

21대 국회, 100명 중 87명 찬성
통과시 생명경시 풍조 야기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5일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조력자살을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력존엄사법’을 발의했다. 법안 발의에는 안규백·권칠승·김준혁·문금주·문대림·박홍배·안도걸·양부남·이건태·정진욱(이상 더불어민주당)·조국(조국혁신당) 의원 등 11명이 서명했다. 한국 교회는 즉각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생명경시 풍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절대 통과되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이 관련 법안을 제출한 것은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두 번째다. 2022년 6월 ‘연명의료결정법’ 일부 개정안 형태로 발의됐던 법은 천주교 등 종교계와 의사협회 반대에 밀려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안 의원은 이번에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이를 분리해 독립된 법안으로 제출했다. 법안은 8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에 회부됐다. 제정법률안은 국회법상 소관 상임위원회가 공청회를 열어 논의하게 돼 있어 조만간 상임위 차원의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특히 법안 발의 의원들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170석)과 조국혁신당(12석)을 합치면 의석이 182석에 달해 21대와 달리 법안 통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출된 법안을 보면 조력존엄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에 대상자 결정을 신청하도록 하고, 조력존엄사 대상자 결정일로부터 1개월이 지난 뒤 본인이 담당 의사 및 전문의 2명에게 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이행할 수 있다. 존엄사를 도운 담당 의사는 현행법상 형법에 따른 자살방조죄 적용에서 제외된다. 조력존엄사 대상자를 결정하는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 아래 설치된다. 의료계 의견을 반영해 기존 15명이었던 위원을 25명으로 확대하고 그 절반을 의료인·전문가로 구성하도록 했다.

아울러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 △대상자가 언제든 존엄사 결정을 취소할 철회권 △존엄사 이행으로 사망한 사람과 보험금 수령인 또는 연금수급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 등 조항이 들어갔다. 이밖에 관리기관 및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에 근무한 사람이 조력존엄사 이행에 관해 알게 된 정보를 유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안 의원은 “생자(生者)는 필멸(必滅)하기에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온다”며 “22대 국회에서 조력존엄사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KBS·서울신문이 21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공동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회의원 100명 가운데 87명이 조력존엄사 입법화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교회는 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가톨릭대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박은호 신부는 “이 법안은 기본적으로 사회 공존의 토대가 되는 인간 생명의 불가침성을 침해하기에 절대로 통과되어서는 안 되는 법안”이라며 “제정되면 많은 이들이 제도화된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하게 될 것이고, 그 범위도 점점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은 물론, 행정 직원까지 환자 이외의 많은 이가 ‘자살’에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박 신부는 “생명은 한꺼번에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순간순간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이라며 “그리스도교 신앙과 결코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 줄 필요가 있고, 더 나아가 생의 말기에 대한 가톨릭 생명윤리의 내용을 더욱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 차례 “안락사와 조력자살은 용납할 수 없는 살인”이라며 “우리는 죽음을 향하는 사람들과 동행해야 하지만 죽음을 조장하거나 어떤 형태의 자살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


가톨릭대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소장 박은호 신부 관련 문답 BOX

법안 통과시 우려되는 점은
“법안이 제정되면 많은 이들이 제도화된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하게 될 것이고, 그 범위도 점점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같이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의료는 후퇴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의사·약사·간호사· 조력자살의 절차를 처리하는 행정 직원 등 환자 외의 많은 이들이 ‘자살’이라는 악에 협력하게 할 것입니다. 가톨릭계 병원들 역시 조력자살을 강제로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이 법안은 독소조항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법 자체가 문제가 되는 법안입니다.”

교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가톨릭교회가 이 법안에 반대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기에 대사회적인 입장 표명을 반복할 필요도 있지만, 교우들에게 이 법안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통받는 생의 말기를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이가 교우들 가운데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관점은 부활에 대한 희망을 선포하는 그리스도교 신앙과 결코 양립할 수 없습니다. 교회는 이를 분명히 알려 줄 필요가 있고, 나아가 생의 말기에 대한 가톨릭 생명윤리의 내용을 정확히 전달해야 합니다. 사실 안락사나 조력자살의 요구를 초래한 것은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에 물질주의적인 가치관이 지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그리스도교가 더욱 복음적인 가치를 충실히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자살은 그 선물을 거부하는 것이며 선물을 주시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07-17 오후 3:12:12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