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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해진 심신 보송보송한 글로 다독여 볼까요 | 2024-0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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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에 장마가 겹쳤다. 폭염와 폭우가 이어지며 그야말로 찜통 속에 있는 듯한 요즘, 보송보송한 글로 눅눅해진 몸과 마음을 다독여 보자. 고전음악은 기도이자 친구 나의 음악, 나의 기도 / 원종철 신부 / 가톨릭대학교출판부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도 오늘날 우리에게 미완성으로 남아 있지만 보탤 것도 그 이상을 기대할 것도 없는 ‘지금 여기에’ 있는 그대로 좋은 작품으로서 그야말로 완벽한 미완성이라 할 수 있다. 절대자 하느님 앞에서 인간의 작품으로서 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완성했다고 생각해도 그분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당신을 향한 과정일 따름일 테니까.”(86쪽) 제목처럼 음악과 기도가 어우러진 「나의 음악, 나의 기도」는 가톨릭대학교 총장 원종철(서울대교구) 신부가 이른 새벽 음악을 들으며 떠오른 단상, 그리고 경당에서 기도하거나 성경을 읽을 때, 미사 때 묵상 내용을 엮은 책이다. 저자가 고등학생 때부터 관심을 갖게 된 고전음악은 어느덧 좋은 친구이자 정화와 기도, 궁극적으로 하느님께 인도하는 도구가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미 2권까지 펴낸 「음악은 나의 기도」의 속편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책에서는 브람스의 「대학 축전 서곡」·림스키코르사코프의 「러시아 부활 축제 서곡」·포레의 「레퀴엠」·구노의 「성녀 체칠리아 장엄미사」 등 웅장한 교향곡을 중심으로 크게 진리와 사랑(2요한 1,1)·시련과 인내(야고 1,2-3)·거룩함과 의로움(루카 1,75)·자유와 해방(갈라 5,1)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성경 말씀과 묵상은 물론 음악과 작곡가를 둘러싼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다채로운 경험을 엿볼 수 있다. 주로 명화로 장식된 즐겨 듣는 음반의 표지에 대한 정보도 흥미를 더한다. 사랑, 늘 미안하다 말하는… 사랑은 늘 미안하다 / 김용태 신부 / 생활성서 “홀로되신 어머니는 지금도 나만 보면 미안하단 말만 하신다. 사랑은 늘 미안한가 보다. 가진 것 다 주면서 더 주지 못해 미안하고 더 줄 수 없어 미안하다. 아무리 주어도 모자란 것 같은 마음, 끝이 없는 사랑, 다함없는 사랑이다. 하느님의 사랑이 이런 게 아닐까? 우리를 기르시려고 당신을 양식으로 내어 주시고 우리를 살리시려고 당신의 목숨까지 내어 주신다. 목숨이 다함으로 그 사랑이 끝나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나 다시 사랑해 주신다.”(25쪽) 김용태(대전교구 사회복음화국장 겸 정의평화위원장) 신부가 예수님께서 남기신 가장 큰 계명인 ‘이웃 사랑’에 대해 독자들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책을 펴냈다. 저자는 이웃과의 관계가 삭막해져 가는 현대사회에서 신앙인이라면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군가의 고통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답답해하는 그 마음이라도 갖는 것, 그 아픔과 진실을 주위에 알리고 작은 정성만이라도 봉헌하는 것이 위로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미안하다는 말을 나에게 잘못한 사람에게서가 아니라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서 듣는다”며 “사랑에서 오는 미안함, 그 마음이 이 세상에 더 많아지면 지금보다 훨씬 더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월간 「생활성서」에 여섯 해 동안 연재한 칼럼 가운데 우리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추려 실은 것이다. 김용태 신부는 김대건 신부의 방계 4대 후손이기도 하다. 이해인 수녀의 60년 단상집 소중한 보물들 / 이해인 수녀 / 김영사 이해인(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의 수도회 입회 60주년 기념 단상집이 출간됐다. 노을빛 여정에서 생각을 정리하며 쓴 단문·칼럼 그리고 신작 시 열 편을 엮었다. 어머니의 편지부터 사형수의 엽서까지, 첫 서원 일기와 친구 수녀의 마지막을 배웅하며 쓴 시, 열정 품은 동백꽃에서 늘 푸른 소나무까지 저자가 걸어오며 만나고 경험한 수많은 사람과 배경, 그에 얽힌 사연이 담겨 있다. 법정 스님과의 일화·김수환 추기경의 서간문·신영복 선생의 붓글씨 등 이미 하늘나라로 떠난 인연들과의 추억도 더했다. “기쁨 발견 연구원인 내 취미는 참으로 풍성하다. ‘글로 말로 누구를 기쁘게 해줄까?’를 구체적으로 궁리하는 것. 좋은 시나 글귀를 모아 맛을 들이고 만나는 사람에 맞춰 나눠주는 것. 나뭇잎, 꽃잎, 돌멩이, 조가비, 빈 병, 솔방울, 손수건들을 모아 예술성 있게 작은 선물을 만드는 것. 아름다운 풍경이나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말을 잊지 않고 적어두었다가 되새김하는 것. (중략) 모두가 기쁨을 찾는 ‘기쁨이’가 되도록 내 기쁨을 나눠주는 것.”(51쪽) “인생의 이별학교는 우리에게 가르친다. 모든 것은 언젠가 다 지나간다는 것을, 삶의 유한성을 시시로 절감하며 지금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결국 많이 감사하고 자주 용서하는 일이라는 것을, 잘 되지 않더라도 의식적으로 옆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깊고 넓은 사랑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어느 날 찾아올 진짜 마지막 이별을 순하게 맞이하는 길이라고 말이다.”(101쪽) 정멜멜 사진작가가 지난 2022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이해인 수녀와 동행하며 찍은 사진이 생동감과 정감을 더한다. 쉬운 게 축복은 아니라네 가문비 나무의 노래 / 마틴 슐레스케 /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어렵다고 모두 해가 되는 것이 아니고, 쉬운 것이 모두 축복은 아닙니다. 기름진 땅, 저지대의 온화한 기후에서 나무들은 빠르게 쑥쑥 자랍니다. 우리가 복으로 여기는 풍요로움도 종종 그렇습니다. 풍요로운 땅에서 나무는 기름지고 빠르게 자랍니다. 하지만 울림에는 부적합하지요.”(19쪽) 고지대에서 빼곡히 자라는 나무들은 바이올린 제작자에게는 가히 은총이다. 밑동에서부터 40~50m까지는 가지 하나 없이 줄기만 쭉 뻗은 가문비나무는 바이올린의 공명판으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지대에서 200년 넘게 서서히 자란 나무는 저지대에서 몇 년 만에 자란 나무와 견줄 수 없다. 「가문비나무의 노래」 한국어판 출간 10주년 특별판이 나왔다. 독일의 바이올린 장인 마틴 슐레스케(1965~)가 현악기의 제작 과정 자체를 예술이자 인생으로 비유하며 깊은 통찰과 영성을 담아내고 있다. 짧은 에세이를 365일 만날 수 있도록 구성했고, 세계적인 사진작가 도나타 벤더스의 흑백 사진이 더해져 짧지만 깊은 명상으로 이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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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17 오후 2:32:13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