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카리타스협회 교육위원장 김성우 신부 등이 토론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임무영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탈시설 정책을 개선해 현실에 맞는 주거 제공 및 돌봄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탈시설은 거주시설에 있는 장애인을 자립시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카리타스협회(이사장 조규만 주교)는 10일 국민권익위원회·주호영(국회부의장) 의원실과 함께 국회의원회관에서 ‘발달장애인의 맞춤형 돌봄 지원 방안 제도 개선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윤효석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위원은 “만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중 72.7%는 간단한 일상생활조차 타인 도움 없이 영위하기 어려워 일생 돌봄이 필요하다”며 “최중증 발달장애인 가족은 ‘독박 돌봄’에 내몰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도가 심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부모는 자녀의 시설 입소를 희망하고,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발달장애인 부모는 자녀를 독립시켜 장애인 지원주택을 받기를 선호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윤 전문위원은 “의사소통이 곤란한 무연고 시설 장애인 본인이 신청한 퇴소동의서가 다수 발견됐다”며 대리서명 의혹을 제기했다. 또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시설 퇴소 결정이 의학전문의 판단·소견 없이 이뤄지는 관행이 있다”며 “탈시설 장애인 주거 자립을 지원하는 주택운영 사업자가 특정 민간 위탁단체에 편중됐다”고 지적했다.
윤 전문위원은 “발달장애인의 인지력·의사소통 능력 등 ‘장애 정도’를 판단해 일상생활 자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신의학 전문가의 ‘진단서’나 ‘소견서’를 판단 근거자료로 활용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제삼자 개입 없이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자기 결정권이 최우선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신의학적·행동발달 특성을 반영해 자립생활 지원주택 등 다양한 주거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발달장애인 특성에 맞도록 장애인 거주시설 형태를 다양화·현대화하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익위는 의견 수렴을 거쳐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카리타스협회 교육위원장 김성우(청주교구 가톨릭사회복지연구소장) 신부는 개선안과 관련해 “보호시설에도 나이 제한이 있다 보니 고령 발달장애인들은 복지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며 “발달장애인의 생애 주기에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탈시설 정책이 공간적 분리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며 “자립생활의 실질적인 문제와 인권 측면에서의 논의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카리타스협회 이사장 조규만 주교는 인사말에서 “‘전체주의적 탈시설 정책’으로 고통받으며, 생명까지 잃는 발달장애인들의 목소리를 간절한 마음으로 정부에 전달한다”며 “이제 국가와 손을 맞잡고 국민과 함께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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