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자리 시설장 최영란 수녀가 마리아씨의 딸 데레사양과 놀아 주고 있다.
“남편이 강제 출국 당해 한국을 떠난 날,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말도 통하지 않은 타지에서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두려웠어요.”
베트남에서 온 마리아(가명, 26)씨가 그리운 남편의 빈자리를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백일이 갓 지난 딸 데레사(가명)양은 아무것도 모르는 맑은 눈으로 엄마를 바라볼 뿐이었다.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난 마리아씨는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2022년 한국에 왔다. 남편과는 한국의 베트남 커뮤니티에서 처음 만나 본당 활동을 같이하며 신앙 안에서 가까워졌다. 곧 부부에게 예쁜 딸도 찾아왔다. 하지만 임신 3개월쯤 고된 노동 탓이었는지 남편에게 신경 마비 증세가 나타났다.
마리아씨는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남편 대신 출산 일주일 전까지 만삭의 몸을 이끌고 자동차 액세서리 제조공장에 나갔다. 미등록 외국인 신분 때문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남편 치료비와 출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데레사를 맞이한 기쁨도 잠시, 마리아씨 남편은 잠깐 집을 나섰다가 체포돼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다. 그리고 약 한 달 뒤 베트남으로 강제 출국당했다. 몸을 푼 지 3주도 안 돼 남편과 이별한 것이다. 남편은 앞으로 5년 동안 한국에 돌아올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살던 단칸방마저 계약이 만료돼 나와야 했다. 마리아씨가 갓 태어난 아기를 데리고 갈 곳은 없었다. 마리아씨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예수회의 한 수사가 이들 모녀를 착한목자수녀회가 운영하는 여성자립시설 샛별자리로 안내했다.
당장은 수녀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모은 돈을 전부 남편 병원비와 출산 비용으로 써버려 분유와 기저귀 등 아기에게 필요한 물품 구입비나 생활비가 전혀 없다. 취업 비자도 만료돼 미등록 외국인 신분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경로도 없다.
남편을 따라 고국으로 돌아갈까도 고민했지만, 항공료는 물론 현지에서 남편과 함께 살 집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마리아씨는 “고국에 가더라도 어린 딸을 돌보면서 몸이 성치 않아 일할 수 없는 남편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양가 가족도 모두 가난해 저희를 도울 형편이 못 된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시급한 건 주거 문제다. 언제까지 샛별자리에서 지낼 순 없기 때문이다. 돈을 모으기 위해 직장을 구해야 하는 데다, 일을 나가더라도 매달 60만 원이나 든다는 어린이집 보육료도 없다. 마리아씨는 “그저 지금은 딸이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좋겠다”면서 “남편, 딸 온 가족이 함께 사는 날까지 어려움을 잘 헤쳐나가고 싶다”고 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후견인 : 최영란(착한목자수녀회) 수녀 / 샛별자리 시설장
“마리아씨는 사랑하는 딸을 책임 있게 잘 보살피려 애쓰고 있습니다. 샛별자리에서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자녀 양육법을 비롯해 모녀의 자립 준비를 돕고 있지만, 시설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들이 안전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성금계좌 (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마리아씨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7월 21일부터 27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5)에게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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