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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한 땀에 기도 한 올…역사 속 제의 전시 | 2024-0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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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 관구(관구장 정경애 율리아나 수녀)는 역사박물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기획전 ‘그리스도를 입다’를 12월 31일까지 열고 있다. 서울 명동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그리스도를 입다’는 수도자들이 기도의 날실과 씨실을 엮어서 연약하지만 섬세한 바늘로 한올 한올 수 놓은 아름답고 품위 있는 제의와 주교 문장, 성합보(聖盒褓), 지금은 보기 힘든 형태의 실과 가위, 바느질 도구상자, 재봉틀 등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자리다. 기획전에 나온 1940년대 재봉틀은 한눈에 골동품처럼 보이지만 수녀회는 지금도 같은 재봉틀을 사용하고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 놀라움을 자아낸다. 기획전에 선보인 전시물들은 제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관람객들은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제의를 보면서 사제 복장이라는 의미를 넘어 가톨릭교회 문화와 예술의 진수도 엿볼 수 있다. 한국교회 제의 제작의 역사는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현재는 제의를 만드는 다른 수녀회가 몇 군데 있지만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유일하다시피 제의를 제작했다.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에서 만들어진 제의에는 신앙과 전례적 의미뿐만 아니라 한국 전통 수공예품의 섬세함과 독특한 빛깔이 녹아 들어 있다. 이번 기획전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전시물 중 하나는 전 서울대교구장 고(故) 노기남(바오로) 대주교의 문장이다. 보통 사진으로 보던 노 대주교 문장은 평면적으로 느껴지지만 실로 수놓은 실물을 보면 강렬한 색깔의 대비와 고저의 세밀한 굴곡이 뚜렷하게 전해진다. 사람 손으로 바느질을 해서 만들 수 있는 예술 작품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다. ‘그리스도를 입다’ 기획전 전시물들을 바라보며 수도자들의 겸손한 기도, 한결같은 신심과 더불어 수고로운 노동과 긴 시간을 참고 견딘 인내의 가치도 발견할 수 있다.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교회 안에 모범으로 빚어 온 정신과 문화라고 볼 수 있다. 기획전에서는 1888년 7월 22일 새벽 5시, 제물포항을 통해 흰 코르넷을 쓴 네 명의 첫 선교 수녀들이 아직 순교의 피가 마르지 않은 조선 땅에 첫발을 내디딘 후 7월의 찌는 듯한 날씨에 가마를 타고 서울까지 40리 길을 갔던 역사도 볼 수 있다. 또한 한국교회에 처음 소개돼 성가 반주에 쓰였던 고풍스런 풍금은 한국교회 문화발달사의 한 단면을 간직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오전 10시~오후 4시30분까지 관람이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과 성삼일, 주님 부활 대축일, 주님 성탄 대축일, 국경일에는 휴관한다. 단체관람을 원할 경우 전화(02-3706-3255)로 예약이 필요하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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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7-17 오전 9:12:11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