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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도메니코 지폴리의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는 이’(Beatus vir) 2024-07-17

7월 31일은 예수회의 설립자인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 사제(1491~1556) 기념일입니다. 16세기 이후 가톨릭교회의 새로운 부흥을 이끈 예수회는 ‘모든 사물에서 주님을 발견한다’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고전 수사학의 원칙인 ‘가르침과 기쁨과 감동’(Docere, Delectare et Movere)을 주기 위해서 예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예수회가 운영하는 학교에서 극장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예수회는 선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이냐시오 성인의 동료였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이 인도를 거쳐 일본까지 갔던 일은 유명하지요. 특히 예수회의 선교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가령 1986년에 만들어진 롤랑 조페(Roland Joff?) 감독의 영화 ‘미션’(The Mission)은 1750년대에 우루과이강 지역에서 있었던 실제 역사를 근거로 한 작품으로, 남아메리카의 정글에서 과라니족과 함께 살아가려는 예수회 사제들의 삶을 보여준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예수회는 17세기 초부터 이곳에 여러 개의 촌락을 설립했는데, 원주민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교육을 베풀었고 노예 상인들로부터 이들을 보호했습니다. 당시 기록을 보면 어딜 가든 한결같이 원주민들이 정말 음악을 사랑했으며, 곳곳에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런 배경에서 17세기와 18세기 라틴 아메리카의 곳곳에서 장엄한 폴리포니 교회 음악이 울려 퍼졌고, 이들이 남긴 흔적과 유산은 오늘날에도 멕시코와 페루,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등 여기저기에 남아있습니다.



지금도 종종 볼리비아나 파라과이에 있는 작은 성당에서 하프시코드나 류트 같은 바로크 시대의 악기를 볼 수 있습니다. 또 그곳 신자들은 수 세기 동안 전통을 지키며 현지의 삼나무나 마호가니로 바이올린을 만들고, 옛 악보를 계속 필사해 연주하며, 심지어 악보를 읽지 못하더라도 구전에 따라 옛 음악을 노래하고 연주합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여러 문서고와 성당에 옛 악보가 있음이 외부 세계에 알려지며 큰 화제를 모았는데, 그중에는 교회 음악은 물론, 오페라와 협주곡까지 있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죠. 살아있는 바로크 전통이라고 할 만합니다.


도메니코 지폴리(Domenico Zipoli, 1688~1726)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활동했던 대표적인 유럽 출신 음악가였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지폴리는 로마에 있는  제수성당(Chiesa del Ges?)에서 오르가니스트로 근무한 후 예수회에 가입했습니다. 1717년 라틴 아메리카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과라니족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활동하다 1726년에 코르도바(C?rdoba)에서 서른여덟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소프라노와 합창을 위한 모테트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는 이’(Beatus vir) 같은 곡은 그가 라틴 아메리카로 건너와 쓴 작품으로, 오직 볼리비아에만 필사본이 보존되어 오늘날 다시 연주되고 있습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가톨릭신문 2024-07-17 오전 9:12:11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