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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완화는 땅과 농부 손에 달려 있어요” | 2024-0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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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안 지었으면 자연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도 몰랐을 거예요. 도시 사람들은 아스팔트만 보고 살아야 하지만, 농민이니까 자연 속에서 식물들이 서로 어떻게 도우며 사는지도 보게 되고요. 농민이어서 저는 지금 이만큼 좋은 사람이 됐어요. 밭에서 일하며 해 뜨고 해 지는 걸 볼 수 있는 게 참 감사하고 행복해요.” 농산물 꾸러미 보내는 '농부클로스' 경북 상주시 외서면 1만여 평의 땅에 농사를 짓고 있는 김정열(안나, 57,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봉강분회) 농민은 나이 든 언니들과 15년째 ‘언니네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언니네 텃밭은 2009년 전국여성농민총연합회가 설립했다. 그는 언니네텃밭 상주봉강공동체 부회장으로, 매주 15명의 여성 농민들이 공동작업장에 모여 제철 농산물로 구성된 꾸러미를 전국 각지의 소비자들에게 보내고 있다. “언니네텃밭은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공간’을 지향해요. 1년에 48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화요일 꾸준하게 꾸러미를 보내고 있어요. 밥상을 차리는 여성 농민들은 이맘때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 제철 요리를 아니까, 우리가 먹는 대로 소비자들에게도 보내는 거죠. 1주일에 160~170개 꾸러미를 보내요. 딸이랑 시어머니한테도 보내고요.” 그는 “60대였던 언니들이 팔순을 향해가는 할머니들이 되셨고, 농사짓기에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다”면서 “최근에는 기후위기를 가장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해마다 7~9월은 장마로 인해 기후 위기를 가장 크게 느낍니다. 이번 비로 큰 피해는 없었는데 인근 안동·부여·논산·익산의 여성 농민회원들이 전체 카카오톡 방에 하우스 사진들을 올리는 걸 보면···.” 다큐멘터리에 출연 그는 최근 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다. 작은형제회 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위원회(JPIC) 등 종교와 기후 관련 단체가 제작 지원한 다큐멘터리 영화 ‘바로 지금 여기’다. 한국에서 기후위기를 느끼는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담았다. 봄에는 가뭄, 여름에는 신종 병충해와 씨름하며 기후위기의 최전선에서 땅과 작물을 지켜내는 모습을 3년 동안 촬영했다.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힘은 농업에 있습니다. 농사짓는 땅과 그 땅을 관리하는 농민에게 있지요. 기후위기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방법은 숲과 바다·토양에 있습니다. 식물의 광합성 작용을 통해 잎에서 흡수된 탄소는 줄기를 통해 뿌리로 내려가고, 뿌리에 있는 탄소를 먹고 사는 게 미생물이죠. 생태적인 농법으로 미생물이 살아 있는 땅을 만들어야 합니다. 생태유기농업을 하자는 게 그런 이유인데···. 정부가 생태적 농업을 하는 농민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농약을 치고 싶어서 치는 농민은 없습니다. 농약을 치는 것도 내 몸을 갉아 먹으면서 치는 거예요.” 그는 대학 시절 농활을 계기로 남편과 함께 땅 1만여 평을 일구며 30여 년 농민으로 살아왔다. 남편 남주성(이시도로)씨는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부회장이다. 이들 밭에는 생강·고추·파·마늘 등 집에서 먹는 것은 다 자라고 있다. 땅 농사를 하며 세 자녀도 키워냈다. 유기 재배를 통해 농약은 치지 않고, 다양한 작물의 재배와 돌려짓기, 사이짓기를 시도하고 있다. 토종 씨앗 보존을 위해 다품종을 소량생산한다. 교회와 교황 말씀, 큰 힘 돼 그는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상이 왜 이렇게 됐을까’ 돌아보게 된다”며 “가톨릭교회가 기후 위기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생태적 회개를 말씀해주셔서 농민으로서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농민들에게 농업생태학을 확산, 보급하는 학교와 연구소를 짓고 싶어요. 먹거리 농업이 왜 중요한지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더는 망가지지 않아야지요. 우리 아이들이 살기 좋은 지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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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17 오전 8:12:07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