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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부전이굴인(不戰而屈人), 싸우지 않고 이긴다(박태균 가브리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2024-0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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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군사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는 조약을 체결했다. 1945년 소비에트 군대가 38선 이북에 진주한 이래 거의 80년 동안 우호적 외교 관계를 지속해 왔지만, 이번 조약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동맹관계를 만들었다. 핵과 미사일 개발로 유엔의 제재를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고립되었던 북한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외교무대에서 비난을 받고 있는 러시아는 동병상련의 입장이었다. 이로 인해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 과학 기술 협력이 이뤄진다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더욱 고도화하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냉전 시대에도 북한·중국·소련 사이 북방 삼각동맹이 있었지만, 강한 결속력을 갖지 못했다. 중국과 북한은 1956년 소련의 스탈린 격하운동에 반발했다. 1950년대 말부터 중소분쟁이 시작되었고, 북한은 중국의 내부 정치개입에 반발하였다. 북한은 1960년대 소련의 개입을 ‘대국주의’라고 비판했다. 북방 삼각동맹은 탈냉전으로 무너지는 듯했다. 중국의 개혁개방과 러시아의 자유화는 그 신호탄이었다. 1990년의 한소수교, 1992년의 한중수교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이정표였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당장 할 수 있는 전략은 자유세계 내에서 한미일뿐만 아니라, NATO와의 공조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억지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왜냐하면 상대가 먼저 공격한다면, 그 충격이 너무나 클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미사일이 서울에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거대한 보복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우리의 피해를 상쇄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냉전정책을 처음으로 입안했던 케난(G.F. Kennan)은 세계 체제에서 소련 전체주의가 가져올 파장을 가장 먼저 인식했던 인물이었다. 그는 군사적 방식에만 의존한 냉전은 너무나 많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할 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경제적이고 심리적인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 봉쇄정책이라 보았다. 유럽에 대한 마샬 정책은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케난의 정책은 군사적 봉쇄를 주장하는 전략가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주의 정권을 몰락시킨 것은 미국과 서유럽의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 자유였다. 지난 80년간의 남북관계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와 함께 케난이 강조한 것은 적의 분열이었다. 그는 중국의 공산정부를 빨리 인정해 중국과 소련 사이 분열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손자병법의 3장인 모공(謀攻)에서 적의 연합을 분열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승리라고 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현재의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대중국·대러시아 관계의 재고가 필요하다. 남북관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00년대 초 남북관계가 좋았을 때 북·중 관계는 편안하지 않았다. 지도자와 국민의 현명한 생각이 절실한 시점이다. 박태균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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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17 오전 7:32:04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