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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심리적 저지선’ 넘겼지만 노사 모두 한숨 2024-07-16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170원(1.7%) 오른 액수로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37년만에 1만원을 넘겼다. 이로써 내년부터 주 40시간, 월 209시간 근무하면 209만 6270원을 받게 된다.

 

 

7월 12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1만30원으로 의결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최종안으로 시간당 1만120원과 1만30원을 제시했다. 표결 결과 경영계 안이 14표, 노동계 안이 9표로 경영계 안이 채택됐다.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만 원을 넘겼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시름이 깊어졌다.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은 고용 축소에 대한 고민이 커졌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물가 인상률에 미치지도 못하는 최저임금 수준은 물론 일자리 감소라는 이중의 걱정을 떠안게 됐다. 1.7% 인상률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2.6%에 못 미친다.

 

 

국가가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한 최저임금제는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자 시행됐다. 이는 사회교리가 말하는 정의로운 임금과 연결된다. 교회는 사회교리를 통해 적정한 임금은 ‘각자의 임무와 생산성은 물론 노동 조건과 공동선을 고려해 본인과 그 가족의 물질적·사회적·문화적·정신적 생활을 품위 있게 영위할 수 있도록 제공돼야 한다’(「간추리 사회교리」 302항)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정 구성원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자녀 양육과 교육에 충분한 임금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1만30원으로는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은 물론이고 고용의 안정성도 보장하지 못하게 됐다. 고용시장 위축으로 노동자와 경영자 모두에게 부담이 커진 가운데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최저임금이 아닌 불균형한 사회구조에 있음을 시사한다. 사회교리는 경제생활에 있어서 국가의 보조성·연대성의 원리를 강조한다. “국가와 다른 여러 공공당국의 활동은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자유로운 경제 활동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연대성의 원리에 따라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당사자들의 자율성에 제한을 둬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351항) 또한 경제 문제에서 국가의 근본적인 의무는 경제 문제를 조절하기 위한 적절한 법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이때 공공의 개입은 공평하고 합리적이며 효율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밝힌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각각 “1.7%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이며, 사실상의 실질임금 삭감이다”, “한계 상황에 직면한 우리 중소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을 고려하면 동결됐어야 한다”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경제적 약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는 올해 노동절 담화문을 통해 “최저임금은 단순히 시급이나 월급에만 관련된 것이 아닌 사회적 약자에게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제도”라며 “그 결정 과정은 인간 존엄성 원리에 비탕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7-16 오후 4:52:08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