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 전신마취 수술을 일곱 번이나 받은 의사가 있습니다.
낙마 사고로 왼쪽 시력을 잃은 서연주 씨인데요.
최근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서연주 씨를 윤하정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인천의 한 검진센터.
내시경 검사를 위해 소화기내과 전문의 서연주 씨가 바삐 움직입니다.
그녀는 다시 의사로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의사로, 또 30대 청년으로 누구보다 의욕적이고 활동적이었던 서 씨는 지난 2022년 11월 낙마 사고로 당시 일하던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습니다.
안전장비를 착용했음에도 얼굴뼈가 골절되고 한쪽 시력까지 잃어 부서진 얼굴을 복원하고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과 수술을 반복했습니다.
의사에서 환자, 그리고 장애인이 된 겁니다.
<서연주 아기 예수의 데레사 / 소화기내과 전문의>
"내가 가진 환자와 의사, 장애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내가 환자로서 어떤 의사를 만나고 싶은가를 생각하다 보니까 반대로 의사로 복귀한다면 나는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다행히 지금 그녀가 담당하는 내시경 검사는 한쪽 눈으로 충분합니다.
2차원 화면을 볼 때는 세밀한 거리감이 필요치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고 뒤 물리적인 시야는 좁아졌고, 한쪽 눈으로만 살아가다 보니 체력에도 자주 한계를 느낍니다.
대신 마음의 시야는 넓어졌고, 새롭게 하고 싶은 일들도 발견했습니다.
<서연주 아기 예수의 데레사 / 소화기내과 전문의>
"우리 사회가 그만큼 장애인과 분리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아요. '장애에 대해 내가 이렇게 몰랐나' 싶을 정도로 아는 부분이 없었는데, 저에게 주어진 시련을 빨리 받아들이기 위해 장애 등록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이 더 많아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이 모든 과정과 생각이 「씨 유 어게인」이라는 한 권의 책에 담겼습니다.
의사의 진료 차트이자 환자의 병동 일기 같은 기록은 스스로의 치유 과정이면서 고통받는 모든 이에게 전하는 작은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입니다.
<서연주 아기 예수의 데레사 / 소화기내과 전문의>
"기록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서 제가 더 단단해진 것 같고요. 상처를 많이 받더라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계속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이 책이 그럴 수 있는 힘이 됐으면 좋겠다."
CPBC 윤하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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