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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난민촌에 세운 산과 병동, 응급·입원환자가 더 많아 | 2024-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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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데 살레시오회 신부님들 병원 짓고 수녀회에 운영 맡겨 준비 안된 상태서 임신부 찾아와 긴박한 상황서 무사히 첫 분만 출산 임박해 병원 찾는 경우 많아 아기 상태 확인할 새 없이 바로 분만 이틀간 두 아기 하늘나라 보낸 날도 안녕하세요? 가톨릭평화신문 독자 여러분! 저는 아프리카 우간다 북부지역 아테데 소재 돈보스코-자티헬스센터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선교사 양혜선(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라우렌시아 수녀입니다.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우간다는 적도 상에 있으며, 자연환경이 아름다워 아프리카의 진주라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여느 나라처럼 30개 넘는 종족과 언어, 종교가 혼재되어 있고 끊임없는 내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슬프게도 아름다운 나라가 기아와 성범죄, 에이즈가 창궐하는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아프리카 선교의 꿈 어린 시절 저는 아프리카에서 봉사하는 삶을 꿈꿨습니다. 그 후 간호사이자 수도자로서 주어진 다양한 소임을 하면서도, 아프리카 선교가 저의 제2의 성소라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60세가 다 된 2016년 제 마음속 간절하던 아프리카 선교의 열망과 기도가 이루어져 남수단 선교사로 파견되었습니다. 나이가 많고 인간적인 결핍도 많은 저는 부끄러움과 미안한 마음을 안고 오직 주님께 감사기도를 올렸습니다. 남수단 공항에 내려 숨이 막힐듯 뜨거운 열기와 까만 피부색의 원주민들을 보는 순간 어릴 적 상상과는 달랐지만 ‘아! 내가 드디어 아프리카에 와 있구나’하는 설렘과 깊은 감동이 몰려왔습니다. 저는 처음엔 전쟁으로 인한 난민 텐트촌에서 활동했습니다. 매일 아침 환자 치료용 도구를 메고 난민촌으로 걸어갈 때마다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며 ‘내가 머물 집이 바로 이곳이구나’하는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나무 밑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아이들을 치료하며 텐트 안에서 아빠 없이 탄생한 아기를 돌봤습니다. 제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간다에서의 삶 그러던 중 2019년 4월 우간다 아테데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아테데는 잦은 남수단 내전으로 남수단 아촐리 부족이 우간다로 넘어와 두 나라 경계지역에 조성한 난민촌입니다. 아테데는 20여 년 전 우간다 내전의 본거지가 된 지역으로, 많은 아촐리 부족이 숨진 아픔을 지니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여성들이 전쟁터로 끌려가 크나큰 희생을 치른 까닭에 고아와 과부, 미혼모를 비롯해 에이즈에 걸린 여성들이 많습니다. 낙후된 환경으로 별다른 수입이 없고, 농사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마을로 실제 주민들은 하루 한 끼를 해결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살레시오회 신부님들이 2013년 이곳에 들어와 18개 공소를 관리하며 교육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남수단에서 선교하던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수녀들은 2016년 남수단 내전 때 남수단 사람들과 우간다 난민촌으로 넘어왔습니다. 아테데 지역에서 선교하던 살레시오회 신부님들이 피난 온 저희를 선교사로 초대하면서 아테데 주민들을 위한 의료와 여성센터, 본당 미션을 위해 2019년 4월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우간다 글루(Gulu) 공동체가 탄생했습니다. 글루 공동체는 우간다 글루대교구의 18개 공소 중 하나인 ST. PETER & PAUL ATEDE 공소 지역에 속하면서, 살레시오회가 담당하는 교회 구역 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살레시오회 신부님들은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여성들의 가장 큰 소망이라는 말을 듣고, 산과 병원 건립 계획을 세워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가 병원 운영을 맡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모금으로 비용을 마련해 2023년 1월 돈보스코-자티헬스센터로 등록을 마치고 응급실, 외래, 산과 병동, 입원실 등을 열면서 7월 건물 전체 축복식을 거행했습니다. 아슬아슬 태어나는 신생아들 어느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진료소는 아직 내부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았고, 조산사도 없는 등 분만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는데 한 임신부가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21살이었는데, 주사실 침대에 누이자마자 아기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엄마가 아기를 받았지만, 탯줄이 아기 목을 감고 있는 긴급상황에서 간호사가 지혜롭게 탯줄을 자르고 풀어 아기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아직 준비가 안 된 산과병동에서 무사히 이루어진 첫 분만이었습니다. 진료소가 위치한 아테데 지역은 시골이고, 진료비가 없어 위험한 상태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지역에선 한 달에 10~20명의 새 생명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태어날 아기의 건강과 함께 산모의 안전도 중요합니다. 아기를 출산할 때 제대로 돌보지 못한 후유증으로 산모들은 산후 우울증과 정신질환을 앓기도 합니다. 대부분 임신부는 집에서 스스로 아기를 낳습니다. 산전 진찰을 받은 후 분만하는 예는 매우 드물고 출산이 임박해 병원을 찾기 때문에 아기의 상태를 확인할 시간도 없이 오자마자 분만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찔한 순간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급히 시내로 이송하기도 합니다. 이틀에 걸쳐 두 명의 아기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적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지켜보는 많은 이들이 가슴 아파합니다. 천사가 된 아기들을 위해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묵주기도를 바쳤지만 제 마음이 안정되기까지는 며칠이 걸렸습니다. 자티 성인이여, 저희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진료소는 산과병동이 주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은 응급환자나 입원환자들이 더 많습니다. 하루는 27살인 한 남성이 출혈이 심한 상태로 진료소를 찾아왔습니다. 일없이 빈둥거리며 밤새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싸움이 붙었는데, 그의 친구가 곡괭이로 머리를 내리쳐 심각한 상처가 난 것입니다. 출혈이 심한 데다 상처 부위가 두개골이어서 응급처치 후 시내 병원으로 수송하기로 했습니다. 심한 통증으로 피를 흘리던 환자는 “Sister! You do it, do it”(수녀님, 당신이 해주세요)이라고 말하며 이곳에서 치료해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럼 출혈을 멈추게 해달라고 우리 병원의 주보이신 자티 성인에게 기도하자”라며 치료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St. Zatti”(자티 성인이여), 환자는 “Pray for me”(저를 위해 기도해주소서)라고 기도하며 치료를 했습니다. 출혈이 멈출 때까지 계속 기도하며 두개골이 드러난 속살과 두피를 봉합했습니다. 그러던 중 피가 멈추었고, 항생제와 링거를 맞으며 입원 치료를 받아 상태가 점차 호전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있는 자리에서 다시는 술 먹고 싸움을 하지 않기로 손가락을 걸고 약속한 후 퇴원했습니다. 퇴원하는 그를 보며 우리는 자티 성인에게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자티 성인이시여, 감사합니다.”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6-501-255477 국민은행 792001-01-283511 농협 351-0340-0268-13 예금주 : (재)천주교 까리따스 수녀회 양혜선(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라우렌시아 수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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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10 오후 1:52:08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