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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말했다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 2024-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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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콘에서 마리아는 손을 들고 머뭇거리는 듯 약간 두려워하는 자세 얼굴은 무엇인가 생각하는 표정 하느님께서 성모를 택하신 것은 그분만의 고요함과 주님께서 머무실만한 귀한 작은 빈터였기 때문 1. 이콘 : 영원을 향한 창문 사람은 모든 피조물 중 가장 아름다운 존재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창세 1,26)면서 사람을 창조하심으로써 우리는 그분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에덴에서 내쳐진 후 우리는 차츰 하느님의 빛을 잃어버리고, 육신은 썩을 수밖에 없는 원죄라는 씨앗을 스스로 지님으로써 “이제는 먼지로 돌아가야 합니다”(창세 3,19 참조). 그러나 우리는 지상에서 우리의 영(靈)에 성스러움을 부어 넣어, 그분의 성스러움과 고요함에 도달한다면 그분과 함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육신도 이 세상에서 다시금 하느님과 함께하는 새로운 에덴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콘은 ‘그림’, ‘닮다’, ‘원형을 본떠 만든 모상’이라는 본래의 뜻처럼 원형이신 하느님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조심스러운 시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사람의 모습으로 한없이 낮추어 오신 하느님, ‘단 하나의 얼굴’이 있기에 그분을 통해 영원한 하느님과 만나려 합니다. 이때 이콘은 하나의 창(窓) 역할을 합니다. 그분과의 만남의 본질은 이콘이라는 눈으로 보는 물질 자체가 아니라, 물질 안에 숨어 있는 그분의 느낌이자 숨결이며 대화입니다. 그분을 만나기 위해 많은 것을 보려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우선 그림을 둘러보면서 천천히 성화에 그려진 그분과 눈을 마주쳐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오랫동안 잠잠히 기다려야 합니다. 만약 우리의 눈이 건강하다면, 우리의 몸 전체는 밝아질 것이며(마태 6,22-23 참조) 언젠가는 그분의 숨결이 느껴지고 마음으로 소통하는 대화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2. 기원(起源) 예수님이 오시기 전 이스라엘의 상황은 극적이었습니다. 모든 권한은 로마가 가지고 흔들던 시대였고, 왕권은 유다인이 아닌 모압인 헤로데가 쥐고 있어 자존심이라고는 내세울 수 없었습니다. 이스라엘로서는 구세주를 절실하게 기다리던 시기였는데, 어느 한 곳에서는 조용히 하느님의 섭리가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이콘 속 급히 다가오는 가브리엘 천사 모습에서 우리는 천사가 가져오는 소식이 얼마나 중요하고 기쁜 것인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소식은 예언대로 간절히 기다리던 메시아가 드디어 오신다는 소식과 그분은 하느님이시며 사람으로 낮추어 오신다는 두 가지 면(이사 7,14 참조)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1차 니케아 공의회(325년)에서 마리아는 동정이시며, 구세주로 오실 분을 잉태하셨다는 것을 믿을 교리로 선포합니다. 이후 콘스탄티노플 공의회(381년)에서 ‘성자께서는 저희 인간을 위하여, 저희 구원을 위하여 하늘에서 내려오셨음을 믿나이다. 또한,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에게서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셨음을 믿나이다’라는 구절을 신앙고백에 추가하며 천사의 인사를 반복하여 기도함으로써 그 기쁨을 노래합니다. 3월은 만물이 소생하는 첫 달의 의미가 있기에 밤과 낮이 같은 날로부터 시작해 사람을 창조하신 엿새의 날짜를 계산해서 3월 25일을 ‘천사의 알림’ 축일로 정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성탄 축제 때 함께 지내다가 ‘천사의 알림’ 또는 ‘성모님께 영광스러운 기쁜 소식(성모영보)’으로 교황 세르기우스 1세(687~701) 때 공식적으로 축일로 반포하게 되었습니다. 성모 설지전(St. Maria Maggiore) 성당에서는 그 이전부터 시가(市街)를 행진함으로써 이 축제를 지냈다고 전합니다. 3. 구성과 상황 하느님의 작은 빈터 초등학교 4학년 때 반짝이는 보석 몇 개가 생긴 적이 있었습니다. 그 귀한 것을 작은 철제 약 상자에 넣은 뒤 어디에다 묻을까, 여기저기 찾아보았습니다. 이곳저곳 살핀 끝에 그 보물상자를 뒤뜰 땅속에 감췄습니다. 물론 그 보석은 브로치에서 떨어져 나온 유리 제품이었지만 나에게는 귀중한 보물이었습니다. 나는 그 보물 외에 나의 눈에 귀해 보이는 예쁜 것들과 구슬치기하던 알록달록한 유리구슬들도 함께 묻었습니다. 그리고 보물지도를 그려놓고, 잠자기 전 이리저리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나만이 알 고 있는 보물이 묻힌 작은 땅, 내게 그곳은 작지만 귀하디귀한 빈터였습니다. 하느님께서도 가장 귀하고 최고로 아름다운 보석을 감추어 둘 작지만 귀한 빈터를 마련해놓지 않으셨을까요? 천사의 알림을 간략하게 줄이면 이러합니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곰곰이 생각하였다.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중략)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자,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중략)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루카 1,26-38). 천사와 성모의 대화가 성경 내용처럼 1~2분 정도였을까요? 아마도 생각하는 시간, 천사의 대답하는 시간 등 좀더 긴 시간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느님께서 성모를 택하신 것은 그분만의 고요함과 주님께서 머무르실 만한 귀한 작은 빈터였기 때문입니다. 이콘에서는 그 상황을 좀 더 상세하게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이콘에서 마리아는 손을 들고 약간은 뒤로 기울어진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약간은 머뭇거리는 듯한, 어느 정도 두려워하는 자세이고 얼굴은 무엇인가 생각하는 표정입니다.(루카 1,29 참조)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왜 이 소식이 이미 약혼한 신부에게 전해졌을까? 그리고 동정녀는 어째서 그 인사에 불안해하였을까? 마태오(1,18-25 참조) 복음대로라면 마리아는 부정한 여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태였습니다.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려 했으나 결국은 마리아를 아내로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요셉의 꿈속에서 천사의 계시도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마리아는 마침 약혼 상태이며, 결혼했기에 아무 일 없이 동정녀로 해산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는 탄생과 동시에 이집트로 피신시킨 것과 더불어 안전하게 보호하시는 하느님 섭리와 박자가 잘 들어맞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계속> 김형부 마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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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10 오후 1:32:07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