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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패러독스 | 2024-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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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주일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께서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셨다고 했다. 주님께서 세상을 창조한 후 사람을 만들었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데, 창조하기도 전에 우리를 선택했다는 것은 분명 모순이자 역설이다. 모순을 ‘패러독스(paradox)’라고 하는데 이는 단순히 역설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혼돈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그 속에 중요한 진리가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지적능력을 AI가 추월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지만, 패러독스와 관련한 질문에는 아직 AI도 논리적인 결과치를 내놓지 못한다고 한다. 당연한 것이 패러독스 자체가 비논리적이고 부조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AI 반도체는 INT8(8비트 정수)에서 1초당 최대 315조 회의 연산(TOPS)이 가능한 막강한 성능을 자랑한다. 상상하기 어려운 놀라운 연산속도다. 이런 막대한 기술적 역량에도 불구하고 AI의 한계 역시 명확하다. 패러독스 때문이다. 반도체 설계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에 의하면 AI 개발자들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능력은 코딩이나 프로그래밍이 아닌 예술과 기초과학이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연극을 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수학·물리학·생물학·역사를 배워야 한다. 기초 없이 쌓아 올린 컴퓨터 과학이나 아키텍처는 무너질 수밖에 없으므로 항상 생각하는 힘과 기초를 쌓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논리로만 바라보는 개발자에게 패러독스는 버그(bug)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우리가 종종 접하게 되는 양자역학 역시 ‘패러독스’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론으로 설명되기 힘들다. 양자역학은 아무리 기묘하고 부조리한 사건이라도 일어날 확률이 제로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주생성의 비밀을 쥐고 있다는 현대 물리학의 기초 학문이 패러독스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많은 이가 장래 AI가 예술가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을지 물어본다. 솔직한 대답은 ‘모른다’이다. 프로그램을 해본 사람들은 이해하겠지만 AI가 어떠한 결과를 내놓더라도 논리구조의 기본은 사람이 만든다. 우리가 모르는 특출한 천재가 AI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결국 AI는 사람이 만든 프레임 내에서 발전하고 진화하고 변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결괏값을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누구도 자동차보다 느리다고 침울해하지도 않고, 기중기보다 힘이 약하다고 절망하지 않는다. 사람은 새가 하늘을 나는 것을 보고 동경했고 수천 년을 사는 나무를 보고 놀라워했다. 분명한 차이는 자동차와 기중기는 사람이 만들었지만 새와 나무는 주님이 창조한 생물이라는 점이다. 만일 사람이 만든 것에 대해 사람이 동경하고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조물주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본능적 계시다. AI에 대한 인류의 견제는 그 자체가 패러독스가 아닐까 한다. AI가 작곡한 베토벤 교향곡 10번 https://youtu.be/Rvj3Oblscqw?si=MdgzwXHkvVfyoTbJ 류재준 그레고리오, 작곡가 /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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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10 오전 11:12:08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