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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한쪽 시력 잃고 마음의 시야 넓어졌어요” | 2024-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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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마음으로 시작한 기록 씨 유 어게인 / 서연주 / 김영사
카이스트 생명과학과를 거쳐 가톨릭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뒤 여의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임상강사로 이른바 ‘대학병원 교수’를 꿈꾸던 1990년생 의사 서연주(아기 예수의 데레사)씨는 2022년 11월 이후 7번의 전신마취 수술을 받았다. 낙마 사고로 헬멧을 비롯한 안전장비를 착용했음에도 얼굴뼈가 골절되고 한쪽 시력까지 잃었다. 부서진 뼈가 호흡 중추인 중뇌 앞까지 밀려와 있었고, 다친 눈을 적출할 수도, 감염으로 다른 눈까지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의사로 일하던 병원에서 환자로서 입원과 수술을 반복해야 했고, 장애인이라는 새로운 ‘증’을 얻었다. “의사면서 환자, 또 장애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했죠. 의대 때부터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할까’에 대해 많이 생각했는데, 환자가 되어 보니까 ‘나에게 좋은 의사는 어떤 의사일까’와 함께 ‘복귀한다면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가’ 묻게 되더라고요. 또 부끄럽지만 장애에 대해 ‘이렇게 몰랐나’ 싶을 정도로 아는 게 없었어요. 장애 등록을 하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불편하고 상처받는 부분도 많아서 함께 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배경이 됐어요.” 이 모든 과정이 한 권의 책에 담겼다. 최근 출간된 「씨 유 어게인」. 의사의 진료 차트이자 환자의 병동일기 같은 책은 자신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자 하는 의사로서의 본능이면서 지친 몸과 마음의 치유를 원하는 환자로서의 간절함이었다. “처음부터 책을 쓰려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방식으로 기록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눈이 두 개였던 서연주도 나의 삶이지만 한쪽 눈으로만 살아갈 서연주도 받아들이자고요. 처음에는 되게 처절한 마음으로 기록했다면 나중에는 글을 쓰면서 치유됐어요. 아픈 상처가 단단한 흉터가 되는 힘을 주었고요. 또 책을 통해 가장 힘들었을 때 저를 지켜준 가족과 의료진·친구들·성당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책에 자신의 신앙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의전대학원으로 가톨릭대를 선택한 이유도 모태신앙인이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큰 사고와 그로 인해 겪어야 했던 숱한 고통 앞에 하느님을 찾고 원망하고 이유를 물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왜 줬다가 뺏어가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나마 회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기도였던 것 같아요. 제가 한 기도가 아니라 가족과 주변분들의 기도요. 제가 드렸던 기도는 딱 하나였어요. 어느 기도문처럼 ‘제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지혜와 바꿀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힘을 달라’고요. 실명한 건 바꾸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빨리 받아들였어요. 대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았어요. 책도 그 하나고요.” 인천의 한 병원에서 만난 그녀는 이른 아침부터 이어진 내시경 검사를 진행하느라 분주했다. 복귀 전 인체모형으로 연습했다. 다행히도 몸이 기억하는지 양쪽 손발은 날개를 단 듯 자유롭게 움직였고, 2차원 화면인 모니터를 볼 때는 세밀한 거리감이 필요치 않았다. 내시경은 한쪽 눈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사고 전과 모든 것이 같을 수는 없었다. “신체적인 시야가 좁아졌고, 한쪽 눈으로만 살아가다 보니 확실히 피로감이 있어요. 체력에 한계가 생겨서 욕심나는 것을 다 할 수 없고요. 하지만 마음의 시야는 확장됐어요. 다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삶의 중요한 가치를 많이 깨닫고 주위를 돌아보게 됐거든요. 특히 장애를 통해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을 생각하게 됐어요. 일단 9월에 장애청년드림팀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사회통합과 자립과정’을 탐구하고자 스페인에 가요. 한쪽 눈을 실명하고 가장 공포스러웠던 부분이 ‘일을 못 하면 어떡하지’였거든요.” 책을 통해 만난 그녀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 24시간 동안 누구보다 많은 것을 하며 살아왔다. 각종 단체장에 시간을 쪼개 PT와 골프· 승마 등을 즐기고 유튜브 채널까지 운영했던 넘치는 에너지와 긍정적인 자세가 사고 후 채 2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의 그녀를 가능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욕심껏 내달릴 수는 없다. “맞아요, 스스로를 다스리는 게 정말 힘들어요. 하지만 이렇게 한 번 제동이 걸리니까 스스로도 돌아보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어요. 크고 작은 시련을 헤쳐나가고 있을 많은 분에게 이 책이 작은 용기와 희망이 됐으면 좋겠어요.” 보통 인터뷰 때 상대방의 눈을 본다. 질문지를 잘 보지 않는 기자는 줄곧 보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그녀와 대화할 때는 문득 그래도 되는지, 너무 쳐다보는 건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건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사고로 인한 물리적인 치료가 끝나지 않은 데다, 여전히 극복해가는 과정이고, 조마조마한 상황이며, 여러 형태의 시련은 계속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연주다운’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엄마가 예전에는 ‘너를 꽃길만 걷게 해주고 싶어서 노심초사했는데, 이제는 돌밭을 걷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아이인 걸 알아서 마음이 놓인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저 무척 성장한 것 같아요.(웃음) 지금은 토·일에 일을 해서 미루고 있는데, 언젠가는 성당에 나가서 보답하고 싶어요!” 윤하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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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10 오전 11:12:08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