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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 이야기] ‘라 파밀리아’ 단장 김정현씨 2024-07-10

“‘라 파밀리아’는 아마추어 밴드에 불과하지만 연습하고 연주하는 시간이 너무 즐겁습니다. 가정미사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나중에 아이들이 컸을 때 훌륭한 신앙적 자산이 될 거라 믿기 때문이죠.”


평일에는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아버지가 주일이면 청바지를 입고 베이스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멋있는 밴드 단원으로 변신한다. 평범한 아버지, 어머니가 변신하는 공연장은 다름 아닌 제2대리구 분당야탑동본당 ‘완두콩 가정미사’다. 매월 셋째 주일 오후 4시에 봉헌되는 완두콩 가정미사에서는 초·중·고등부 학생들과 부모들이 함께한다. 


부모들의 나이대는 40대에서 50대 초반. 청년도 장년도 아닌 ‘끼인세대’인 이들은 성당에서 주역이 되기보다 중등부 00이 아빠, 초등부 00이 엄마로 불렸다. 라 파밀리아 단장 김정현(안토니오·45)씨도 청년 시절 성가대 지휘도 하며 활발히 본당 활동을 했지만 세 아이를 낳고 미사 참례하는 게 전부인 신자가 됐다. 공동체 뒤로 물러나 있던 이들을 중심으로 이끈 것은 주임 김진우(베드로) 신부였다.


“2022년쯤 주임 신부님께서 주일학교 학생들과 부모가 함께 미사를 하니 부모들이 미사 반주를 하면 좋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셨어요. 하지만 본당에서 주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자매님들이기에 남자 단원을 구하기가 힘들었죠. 세 달간 지원자가 없자 아내가 제게 밴드 활동을 권했고, 드럼과 기타를 칠 수 있는 형제까지 3명이 모여 우여곡절 끝에 밴드가 꾸려졌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밴드의 이름은 ‘라 파밀리아’. 3명에 불과했던 단원은 보컬 2명과 건반, 일렉기타를 치는 신자가 추가돼 7명으로 완성됐다. 라틴어로 ‘가족’이라는 뜻의 밴드는 완두콩 가정미사 반주뿐 아니라 본당 공동체가 가족처럼 가까워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번은 신부님이 본당 신자들이 전부 모이는 체육대회 때 미사 반주를 부탁하셨어요. 오래되고 숙련된 성가대가 있음에도 저희에게 기회를 주신 거죠. 그때를 계기로 더욱 책임감을 갖고 밴드 활동에 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제 3년차인 라 파밀리아는 벌써 두 차례의 단독공연을 치렀다. 이제 중등부 00이 아빠가 아닌 밴드 단장, 밴드 연주자로 본당에서 얼굴이 알려진 라 파밀리아 단원들에게 가장 뜻깊은 것은 신앙 안에서 자녀들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밴드 활동의 기쁨만큼 신앙생활의 기쁨도 커진 것이다.


“사춘기인 아들들은 아빠의 밴드 활동에 별 반응이 없는 것 같지만 딸은 미사 때 연주를 하는 아빠를 내심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보여도 엄마, 아빠와 성당에서 보낸 추억들이 나중에 어른이 돼서 신앙을 잊어버린 순간, 다시 성당에 돌아오게 하는 원동력이 될 거라 믿어요. 아이들에게 그것을 남겨준 것만으로도 저는 너무나 만족합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7-10 오전 8:52:08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