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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희년, 희망의 문 열고 주님 사랑 전하자 2024-07-10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4년 5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성년 문 앞에서 2025년 희년 선포식을 거행하고 있다. OSV
 
2025년 희년 공식 로고. OSV


프란치스코 교황은 5월 9일 2025년 희년을 공식 선포하고, 희년 선포 의미와 희년을 살아가는 구체적인 지침 등을 담은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Spes Non Confundit)를 발표했다. 칙서는 시성과 희년, 교의 문제 등을 주로 다루는 교황 문헌을 지칭한다. 교회는 구약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25년 또는 50년마다 은총의 해를 선포해 이를 기념해왔다. 1475년부터는 모든 세대가 최소한 한 번 희년의 은총을 누릴 수 있도록 25년마다 희년을 선포해 거행하고 있다. 정기 희년을 맞아 발표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를 통해 교황이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살펴본다.





2025년 희년의 핵심 ‘희망’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는 모두 25개 항으로 구성됐다. 칙서의 첫 항은 칙서의 제목이기도 한 ‘Spes Non Confundit’, 즉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5)란 말씀으로 시작한다. 이는 바오로 사도가 희망의 영 안에서 로마 그리스도인 공동체에게 전했던 격려의 말씀이다. 이를 통해 교황은 이번 희년의 핵심 메시지가 바로 ‘희망’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희년의 공식 주제 역시 ‘희망의 순례자들(Pilgrims of Hope)’이다.

다만, 보편교회가 전하는 ‘희망’은 단순한 세속적 바람이나 미래에 대한 낙관적 기대는 아니다. 신앙인에게 ‘희망’은 “우리의 희망”(1티모 1,1)이신 ‘예수님’을 뜻한다. 여기에는 바오로 사도가 그리스도를 통해 박해와 어려움 속에 신음하는 로마 그리스도인들에게 희망을 전하고자 했듯, 다가오는 희년을 “우리 구원의 문이신 주 예수님과 참되고 인격적인 만남을 갖는 시간"으로 만들어 가길 바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바람이 담겨 있다. 특히 교황은 다가오는 희년이 “시들지 않는 희망 즉,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희망으로 특징지어지는 성년”으로써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증진하고 하느님 선물인 피조물을 더욱 존중해야 하는 책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확신과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가 되길 기도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우리의 희망이신 주 예수님을 언제 어디서나 모든 이에게 선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망의 여정

희년의 시작과 함께 로마를 포함한 전 세계 성지와 순례지에서는 예수님과의 만남이라는 희망을 담은 순례 여정이 이어진다. 교황은 칙서에서 “모든 희년 행사의 근본 요소는 순례”라며 “순례 여정을 나서는 것은 삶의 의지를 추구하는 것과 연결되고 모든 그리스도인이 침묵과 노력, 단순한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데에 큰 보탬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어 “희망의 순례자들은 틀림없이 희년을 충만히 살아내고자 옛 순례길과 오늘날의 순례길을 걸어 갈 것”이라며 “순례길과 로마 시내에 있는 희년 성당들은 믿음의 순례길에서 쉼터이자 ‘영성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이 순례에 동방 교회 신자들을 초대한다”며 “자신의 고향과 거룩한 땅을 떠나 안전한 곳을 찾아가도록 내몰린 이들이 어디를 가든 그들과 함께하는 교회의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해 그들이 희년이 상징하는 바를 더욱더 강력히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희망의 징표인 교회

교황은 칙서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 전할 구체적인 희망의 징표도 함께 제시했다. 이는 △세상에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염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기 △아기·어린이의 웃음소리가 가득 찬 미래 위해 노력하기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 친밀감 갖기 △질병과 장애로 고통받는 이들을 보살피기 △(희망의 구현 그 자체인) 젊은이에게 다가가기 △이주민 환대하기 △(신앙과 지혜를 전하는 모범인) 노인 존경하기 △(배척과 무관심 속에 더욱 고통받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 갖기 △군비를 식량 지원금으로 전환하기 △가난한 나라의 부채 탕감을 위해 노력하기 등이다.


교황은 “우리가 진정 세상에서 평화의 길을 닦으려 한다면 갚을 수 없는 빚을 탕감해 주고, 굶주린 이들에게 먹을 것을 줌으로써 불의의 모든 요인을 제거하는 데에 다 함께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가장 취약한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어느 누구도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절대 도둑맞지 않도록 공동체의 문을 활짝 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희망의 징표가 이 세상에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도록 세례받은 이들이 저마다의 은사와 직무에 매진해달라”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자비의 희년 시작을 알리며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성년 문을 열고 있다.  OSV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

교황은 2025년이 니케아 공의회 개최 1700주년이라는 점도 주목했다. 교황은 “니케아 공의회는 사도 시대부터 주교들이 모여 교리 문제와 규율 문제를 논의해 왔다는 증거”라며 “신앙의 초 세기에는 동·서방에서 모두 시노드가 자주 열려 하느님 백성의 일치와 충실한 복음 선포를 보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희년이 시노달리타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의 온전한 신성이 부인되고 성부와 한 실체이심이 부정되는 상황에서 니케아 공의회는 심각한 위기에 놓인 교회의 일치를 지켜나갈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교회와 교회적 공동체에 ‘가시적인 일치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라’고 전한 초대이자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예수님의 기도에 응답하기 위해 적합한 길을 찾아가라는 초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희년이 다시 한번 교회가 ''일치’를 실천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 니케아 공의회에서 주님 부활 대축일 날짜를 논의했듯 동·서방 교회가 주님 부활 대축일을 함께 기념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현재 동·서방 교회는 그레고리력(가톨릭)과 율리우스력(정교회)의 차이에 따라 각기 다른 날을 주님 부활 대축일로 기념한다. 교황은 “오늘에 이르러서도 서로 다른 접근법이 우리 신앙의 본질적인 사건을 같은 날에 기념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며 “모든 그리스도인이 부활 대축일의 공동 거행일을 일치시키기 위하여 결단 어린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고 했다.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도록 초대

희년은 2024년 12월 24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성년 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을 알린다. 이어 12월 29일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 2025년 1월 1일 성모 대성전, 1월 5일 성 바오로 대성전의 성년 문이 열리며 본격적인 희망의 여정에 나서게 된다. 각 지역 교회 역시 2024년 12월 29일 주일에 모든 주교좌·공동 주교좌 대성당에서 장엄 개막미사를 봉헌하며 다 함께 ‘희망의 여정’의 출발을 알린다. 이어 약 1년간 이어지는 희년은 2026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에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을 닫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각 지역 교회의 여정은 이보다 앞선 2025년 12월 28일 주일에 끝난다.

교황은 칙서에서 “성년 동안 하느님 백성이 하느님 은총에 대한 희망의 선포에, 그리고 그 결실을 증거하는 징표들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이 성년 동안 희망의 빛이 모든 이에게 전하는 하느님 사랑의 메시지로 모든 사람을 비추고 교회가 세계 각지에서 이 메시지를 충실히 증언하자”고 당부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4-07-10 오전 8:12:04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