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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얼굴 있는 농산물, 직거래 나눔 2024-07-10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전개하는 다양한 활동 중 직거래 나눔이 있다. 가톨릭농민회의 생명농업 기준대로 생산한 제철 농산물들의 유통과정을 최소화시켜 도시의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과정이다. 도시 소비자들은 믿을 수 있는 안전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농촌 생산자들은 저장이나 가공 부담을 줄일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이 그리 간단하고 쉽지만은 않다.

생산지에서는 연초에 생산자들이 모여 생산 가능한 품목과 양을 계획해야 한다. 이때 소비지에서 요청하는 물품과 물량을 포함하여 서로 조율한다. 그리고 계획한 대로 생산이 되고 있는지 중간에 점검해야 한다. 요즘은 기후 문제로 가뭄과 폭우, 새로운 병충해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다. 생산자도 힘들지만 그 중간 역할을 해야 하는 실무자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소비지에서도 예전과 달라진 가구구성·소비문화 때문에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3분의 1이 1인 가구가 된 시대, 조리하지 않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소비량이 대폭 감소했다. 주문을 받아 나눔을 진행해야 하는 도시 본당 활동가들의 해야 할 일은 그대로이나 성과는 예전과 달라 기운이 빠지기도 한다. 게다가 농촌의 삶을 모르는 세대들이 대부분인 지금, 농산물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다른 점도 활동가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감자와 양파가 쏟아져 나오는 한 달 동안 수확하고 포장하여 배송까지, 도시 본당의 주일 나눔에 맞춰 진행하느라 정신없이 지나갔다. 바쁜 수확철에 서울대교구 우리농과 교구 내 본당에서도 일손돕기에 함께 해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 이렇듯 중요한 것은 유통 마진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의 간격을 줄이는 것, 농업에 대한 이해 차를 줄이는 것이다. 농산물이 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만나야 한다. 신뢰하고 감사하는 관계 속에서 생명의 농업을 이어가는 것, 힘들지만 우리농이 직거래 나눔 운동을 하는 목적이다.





안영배 요한 신부(안동교구 농민사목 전담)
[가톨릭평화신문 2024-07-10 오전 7:52:04 일 발행 ]